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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vle23 days ago

그땐 그랬었다(9) _ 목사님이 우셨다

지난 (4)회차 글에서 참혹했던 뎅기열로 인한 사정을 다시 정리하게 된 오늘, 목사님이 우시고 나도 울고,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현지 병원에 후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을 찾으셨던 감리교단의 목사님. 이곳 교회 개척 당시 먼 곳에 계셨음에도 콜롬보에 올 때마다 들러 주셨고, 그때마다 목사님과 사모님, 두 아들(선교, 선일)까지 마음을 다해 응원해 주셨다. 특히 사모님의 음식 솜씨는 그때도 정말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이곳에서 ‘강 식당’(Kang’s Kitchen, Kang’s Barbecue)이라는 상호로 BAMer(Business As Mission)로의 삶을 21년 전부터 준비하며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해오셨고, 지금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성장해 전체 운영은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둘째 아들이 전담하고 있는 멋진 곳이 되었다.

어제 주일 예배를 위해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를 찾아 도심에서 약 12km 떨어진 먼 곳까지 갔다. 6~7년 전 BAMer 사역을 위해 그곳을 현지 목사님께 맡기고, 옛날 개척하셨던 도심 교회에서 다시 예배를 드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7년 만에 찾은 스리랑카에서 SNS 몇 곳에 남겨진 교회와 목사님의 흔적을 찾아 감사한 마음으로 부풀어 열심히 달려갔는데, 마침 현지 목사님의 예배 인도가 막 시작된 상황이라 그냥 빠져나올 수 없어 어렵게 설교와 축도를 마친 뒤, 현지 목사님을 통해 저간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

이 척박한 곳, 온갖 종교의 신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현지 목사님은 어떻게 씨를 받았는지, 다시 이렇게 씨를 부린 흔적에 감사했고, 그 감사의 마음으로 작게나마 감사헌금을 드리고 총총히 콜롬보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안내해 준 ‘콜롬보연합교회’ 강기종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으나 주일의 분주한 일정 중이라 받지 않으셨고, 식당 운영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월요일인 오늘 이른 아침에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반갑게 맞아주시며 점심을 함께하자 청하셔서 만사 제치고 달려갔다.

반가운 사모님께 먼저 인사하고 8월 21일에 도착해 함반토타에 일주일 넘게 지내다 왔다했더니 대뜸 죽을뻔 했는데 또 가고 싶었느냐 하셨다. 함께 점심을 나누며 33년의 세월,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듬성듬성 서로의 사정을 전하기 시작 했다.

1993년 뎅기열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함반토타에서 후송된 소식을 듣고 사모님과 함께 병원으로 찾아와 어렵사리 면회를 허락받았으나, 이미 병의 진행이 심해 몸이 붓고 배가 너무 부어 처음엔 알아볼 수 없었다며 먼저 눈시울을 적시셨고, 한동안 함께 울며 대화를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 때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없어 허락된 잠깐씩의 특별면회 시간에도 내장 기관 손상에 의해 피가 새면서 배가 붓고 각혈을 하는 상태를 보셨고, 몇 차례 면회를 통해 기도와 위로를 끊임없이 하셨을터지먄 당시 나는 의식이 들었다 나갔다 했던 때라 기억이 없었다. 환자의 분명하게 기억하고 들려주신 소식에는 나는 기억도 없는 부분들이 있어 새삼스러웠고 감사한 마음이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후송이 결정되고 조금씩 의식을 찾았을 때, 다행히 봉사단 규칙상 여권 소지가 의무였기에 여권을 챙겨왔던 덕분에 병원에서 공항으로 이동 직전까지 링거병을 달고 은행을 들러 최소한의 예금을 인출했다. 부은 몸 상태로 맞는 옷이 없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선배 단원의 옷을 챙겨 입었던 듯하다. 신발은 260mm(실제는 240mm) 운동화를 챙겨다 주어 신고, 공항으로 이동 전 소식을 듣고 온 동기들과 선배 몇의 눈물을 뒤로하고, 지금도 그렇지만 한밤중에 출발하던 당시 캐세이퍼시픽 항공편을 통해 방콕과 싱가포르를 경유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풍토병 중 말라리아도 무서운 병이지만, 말라리아는 예방약과 치료제가 있는 반면, 뎅기열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목사님도 몇 년 전 뎅기열로 크게 앓으셨고, 3킬로 정도 체중이 빠졌지만 바로 뎅기열임을 인지하고 병원에서 조치를 취한 덕분에 치료가 어렵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뎅기열에 대해 일반적인 내용까지 추가로 설명해 주셨다. 뎅기열의 주된 증상은 고열과 심한 두통, 특히 안구 통증이다. 이제야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당시 왜 그렇게 눈알이 빠지는 듯한 통증이 심했던지, 통증으로 인해 눈을 뜰 수가 없어 입원 전에도 무언가를 더듬거리며 찾았던 기억이 났다. 또한 근육 및 관절 통증도 심한 증상 중 하나라고 하셨다.
근육과 관절통의 경우, 코이카 협력병원인 을지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해 치료받는 동안, 소식이 닿아 병문안 온 옛 동료, 친구, 조카들이 상태를 보고 울고불고할 여유도 없이, 때마다 체면도 다 버리고 팔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청했던 기억도 다시 새롭다. 이후 고대 안암병원을 통원하며 근육통 치료때 노상에서 쓰러진 경험도 했었다.

뎅기열은 감염 후 4~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며, 다행히 초기에 가볍게 앓고 회복되면 좋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면 출혈과 쇼크 증후군에 이르며 최근에도 치사율이 5%,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20%에 달한다고 한다. 당시에는 어땠을까? 중환자실에 있던 내게 간간이 들려오던 소식은 옆 환자들의 사망 소식이었다.

나는 얼마나 큰 복을 받은 사람인가. 후유증으로 인한 근육통을 넘어 고열로 인해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졌던 상황, 37킬로의 몸무게 목표를 매일 제시받던 상황, 검게 그을린 얼굴에 눈만 퀭한 모습으로 거울을 보지 않겠다 했던 어느 날, 잠시 정신을 놓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사연...

그때 하나님이 부르시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2021년경부터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공부하고 나누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목사님도 감사한 일이라며 응원해 주셨다.

내일 캔디 일정을 계획하려던 중, 다행히 오늘 당시 후임으로 왔던 후배 단원 중 현지인과 결혼해 캔디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후배의 소식을 전해 주셔서 서로 바로 반갑게 인사하고, 내일 코이카 후임 단원들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새벽차로 콜롬보를 방문한다는 일정을 알려주어, 캔디행은 아무래도 미뤄져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너무너무 기대되는 날이다.
또한 목사님의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일들과 비전을 공유해 주셔서, 어찌 되었든 또 무슨 일이든 응원할 일이 생길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인연들. 세상은 참, 살 맛 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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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WFK #srilanka #스리랑카 #kov #kova #entrepreneurship #뎅기열 #dengue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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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ikyung, what a powerful and moving narrative! Your "그땐 그랬었다" series continues to be a compelling journey. The raw emotion in this installment, especially the shared tears with the pastor, truly resonated. It's incredible to see the enduring impact of those early connections in Sri Lanka and how they continue to shape your life.

Your story of overcoming dengue fever is both harrowing and inspiring.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experience and highlighting the importance of awareness. It’s wonderful to hear about the pastor's BAMer work and the support system you found there. I appreciate your vulnerability and the reminder to cherish these invaluable relationships. I look forward to reading about your upcoming adventures.

뎅기열이 그렇게 무섭군요. 예방주사도 있다고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