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그랬었다 (6)
그 땐 그랬었다 (6)
스리랑카 아꾸루(අකුරු)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런 문제는 단순히 문서 작성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느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스리랑카의 문자 체계인 싱할라 문자(අකුරු, Akuru)는 보기는 물론 쓰기까지 너무 복잡해 외국인뿐 아니라 어린이들, 성인들마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디지털 환경에서 문서 작성이나 정보 공유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싱할라 문자는 문자 수가 많고 조합 문자도 많아 행정 업무가 느려지고, 교육 격차나 정보 접근성 또한 느려지는 것은 불 보듯 훤한~
함반토타 WDF의 일상에서 많은 직원들은 물론, 99개 작은 마을 단위의 금고에서는 컴퓨터나 모바일 폰 등 디바이스 활용도 녹록지 않아, 본부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문서를 직접 작성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고, 문서 또한 너무 많아 책상과 서고에 쌓이고 있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인지되었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사회적 효율성에 직결되는 문제로, 그 무엇보다 우선해 많은 관심과 기술적 지원이 필요할 터이고,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의 작은 조직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방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데, 하지만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을 텐데, 어째야 할까? ~!!
처음 WDF를 방문하면서, 사무실 곳곳에 쌓여 있는 문서와 그 문서를 정리하면서 금고 역할을 하는 조직의 특성상 수많은 숫자의 나열로 문서 몇 장을 넘겨보던 나는 순간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말았다.
오늘 이곳 함반토타 WDF에 다시 들러, 중요 위치의 대표들 셋에게 각자 또는 함께하면서 가장 우선하여 나눈 대화로, 독립 조직에 대한 깊은 생각과 미래에 대한 의견, 문서 자동화 도구 활용이나 템플릿 기반 문서 활용 방법에 대해
• 자주 사용하는 문서 양식을 미리 만들어두면 매번 처음부터 작성할 필요 없이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방법, 음성 입력 기능
• 드라이브 활용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실습을 하는 등 어려운 관문을 하나씩 찾도록 돕고 활용해 보았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컴퓨터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체계, 문서 정리 방법의 제고를 설명하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33년 전 그때와 달라진 것은 조직이 커졌고, 사람이 많아졌고, 이제 수익이 늘어난 것 외에 딱히 조직의 건강함이나 5년~10년 후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하기 어려웠던 며칠 간의 살핌에서, 급기야 오늘에야 겨우 첫날 이런 시간을 가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매번 같은 모양의 미팅은 제발 좀 줄이고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낼 시간을 갖기를 응원한다고 되뇌었지만, 어떤 이의 귀에 담길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아꾸루를 다시 챙겨 보면서 버스의 행선지를 이해하고, 그나마 현지어로 실수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가는 길이 불편하지 않았지만, 이곳의 버스 기사들의 운전은 가히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진기명기에 가까운 깡패? 운전이다. 타기도 내리기도 녹록지 않은, 그야말로 달리며 타고 내리며 달려야 하는 이곳의 운송 수단인 버스!
운전기사들의 진기한 운전에 딱 맞춤한 버스 차장들의 버스비 받는 풍경 또한 가히 진기명기이다. 타는 사람 얼굴을 어떻게 그리 기억하는지, 버스 안을 누비며 손바닥 가득히 돈다발을 들고 다니며 버스비를 받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버스 안의 치장이다. 알록달록, 70년대 밤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조명에 기사 주변의 갖가지 장식이 또한 명물이다.
운전기사의 한 손 운전(한 손에는 폰을 들고, 때로는 음악 방송의 DJ까지)과 버스 승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음악의 볼륨~~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여전하다.
다만, 요금이 많이 올랐고, 하이웨이가 생겼고, 도로는 훨씬 잘 포장되었고, 장거리 이동에는 훨씬 많은 럭셔리 버스 덕에 너무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이제, 내일이면 수도 콜롬보로 향한다. 수도는 또 다르겠지. 그때도 그랬으니 지금도 수도인 콜롬보와 이곳 함반토타는 얼마나 차이 날지 기대된다.
#KOICA #srilanka #스리랑카 #hwdf #kova #entrepreneurship #WFK #kov
@leemikyung, 정말 흥미로운 스리랑카 이야기네요! 싱할라 문자(අකුරු)의 복잡성이 현지 행정 업무와 정보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WDF에서의 문서 자동화 시도와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함반토타의 생생한 버스 풍경 묘사는 마치 제가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70년대 밤무대 조명과 폰을 든 기사님의 DJ 모습이라니! 콜롬보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시게 될지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스리랑카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통찰을 꾸준히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