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다 (12)
그땐 그랬다 (12)
어느 날 무슬림 가정에서 결혼식에 초대되어 방문한 집에서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헤나(Henna) 파티를 구경한 지 32년 만에 다시 해나 파티를 하게 되었다. 손과 머리, 발까지도 해보려 했지만, 말린 헤나 잎으로 만든 페이스트를 튜브에 넣고 복잡한 패턴을 그리느라 애쓰는 Nizam의 큰 딸, 먼나라에서 온 고모뻘 되는 어른의 하얀 피부에 정성을 쏟느라 애쓰며 피곤한 모습이 보여 삼가했다. 큰딸은 전공과 무관하게 미용과 조리, 케이크 만들기 등 결혼식 준비와 피로연에 필요한 다양한 베이커리를 직접 만들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에 담아놓은 갖가지 케이크, 베이커리, 해나 문양 등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무슬림과 힌두교 결혼식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 전에 신부의 손과 발에 다양한 패턴 문양을 그리고, 적당히 말랐을 때 오일을 발라 그림의 효과를 더한다. 이 문양은 손과 발을 씻을 때마다 한동안 더 진한 색으로 변한다고 했었다. 나는 염색을 피하고 흰머리를 유지하는 것이 그저 멋도 아니고 게으름도 아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며 앞으로도 다시는 염색을 못 할 것 같다.
12~13년 전쯤일까, 갑자기 눈이 빠질 듯 아프고 견딜 수 없어 (이전 뎅기열도 그런 증세가 있었음을 이번 일정에서 목사님의 설명으로 배웠기도 했지만) 당시 사무실 근처 안과 의원을 찾았더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소견서를 챙겨 큰 병원 안과 전문 병원에 들러 많은 검사를 마친 후 얻은 결론은 ‘녹내장 초기 중세’, 약을 복용하며 진행을 늦추고 지속적으로 경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하면서 지켜보자 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인과 이유란게 과로? 피곤? 더 무언가를 전달했는데 기억도 나지 않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의 위기도 있고 뭐 등등등…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고민하다가 과감히 일을 줄이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데 까지 고민이 많았고, 덕분에? 한동안 거의 모든 일과 공부를 중단했던 시점도 있었다.
그러다, 첫 3개월 재검사 일정이 다가오기 전, 진행을 늦춘다는 약은 지시에 따라 복용하면 손끝이 저리고 왠지 불편감이 있어 다시 담당의께 호소하고 권유에 따라 좋아질 수도 또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시술을 하기로 정했다. 안압이 오르는 원인이 있을 수 있는 양쪽 눈물샘 끝을 뚫어주는 레이저 시술을 통해 안압이 내려가는 상태로 전환시켜 약 복용을 멈추게 되었고, 화학약품 성분이 포함된다는 염색은 다시는 하지 않았다. 대신 흰머리가 두드러질 때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관해둔 헤나 분말을 물에 풀어 5~7분 정도 염색을 간헐적으로 유지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망했다. 손바닥과 손등의 헤나 문양과 특별 주문에 의한 무민(Moomin)은 성공했는데, 머리카락은 세상에나… 머리에 큰 오렌지 한 알을 얹고 다니게 생겼다. 이곳에서는 모두의 극찬이 넘쳤지만, 나는 내심 걱정으로 간다 간다. 곧 있을 이런저런 행사 참여에도 그렇고, 모양새가 영~~ㅠㅠ
함반토타에서 두 곳 하숙집은 무슬림 가족이었고, 활동할 때 만났던 동료들의 대부분은 싱할라였다. 아주 가끔 서로의 생활습관이 달라 혼란을 겪기도 했고, 그네들이야 이미 생활에 젖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처음 얼마간은 같은 공간에서 순간순간 혼돈의 시간을 맞곤 했다. 나중에는 싱할라-무슬림 처녀 총각이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 누구보다 큰 응원을 하기도 했었다.
마침 이별 인사를 보내온 뽀디 다야, 차미니, 동료 중 마음이 잘 맞는 오랜 친구들이다. 이 들 중 하나는 무슬림과 결혼했고, 그 당시 내 응원을 받고 태어난 딸이 콜롬보의 큰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는데, 콜롬보에서 연락하기로 했는데 사무?가 바빠 응원도 못 하고 이제 서울로 날아가 버린다. 아이코, 미안해서 어째야~~
뿐만아니다. 아래 남쪽 끝 함반토타에서 상경해 kurunegala 에 위치한 스리랑카의 유명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Latha 막내아들을 불러 인사를 하게 되었다. 순간의 선택으로 22-23일 도착후 만난 이후 일터로 떠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좋은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는 Nizam 덕분에 더욱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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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네요. 헤나. 그나 저나 오렌지색 염색하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