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함반토타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9 hours ago

그때 그랬다! 척박하다 했던 함반토타라는 곳에,
그 깜깜하던 밤에 도착해 밤새 모기들의 손님 접대를 피할 수 없었던 그날 밤의 기억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그 밤, 낯선 한국 봉사단을 재워주신 수실라 미쓰(여기선 아직도 함반토타 총무부서 담당 공무원을 그렇게 불렀다)께서 생존해 계신데, 조금 먼 곳에 계시다 하여 못 뵙고 갈 것 같다.

그날 이후, 주 활동 근무지인 Hambantota WDF(Women Development Federation)에 들러 신고하고, 어설픈 현지어를 통해 해야 할 업무를 전달받으며 한국 봉사단원으로서 본부격인 소액금융 운영기관인 재무부 산하 JTF_Janasavia Trust Fund와 이곳 WDF 코디네이터로서의 일을 시작했다.
같은 마을 여성들 자치기구를 통해 5명이 팀을 이루는 그룹 책임제, 대출 목적에 따라 다른 이율을 부여(결코 낮지 않았다)하는 제도로, 당시 다른 은행 대출과는 차별화가 있었다.

업무는 방글라데시로부터 Micro Credit(한국에서는 ‘미소금융’으로 알려져 시행했다. 다만 그 배경과 운영 방식은 저개발국 모델과는 많이 달라, 학업 중 논문으로 관련 내용을 연구했었다)이론적인 배경을 벤치마킹해 스리랑카식의
Micro Crdit ~> Micro Finance 로 발전시켰다.

매월 3주는 이곳에서, 나머지 한 주는 콜롬보를 오가며 JTF에 실적을 보고하고, 소액금융의 자본을 대출금으로 갚고 다시 대출해오는 방식이었다. (해당 기관은 World Bank와 아시아개발은행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일정 속에서, 당시 함반토타 전역에 52개(현재는 99개로 늘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소액 저축을 하고, 그 저축액을 기반으로 창업 범위에 따라 대출로 자금을 지원했다.
창업은 빵을 굽고, 양계를 하고, 벽돌을 찍고, 봉제를 하고, 요거트를 만들고, 비누를 만드는 등 다양했으며, 그룹별로 서로 지원하는 일을 살피고 응원하던 그 일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52개 마을금고를 다니며 응원하고, 각 금고의 창립기념식(주로 주말에)을 겸하며, 성과를 많이 낸 지역의 창업자를 포상하고 응원했다. 그러니 주말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1주간 콜롬보에 머물며, 당시 한국에서는 써보지도 못했던 Lotus123이라는 프로그램을 배워가며, 마을마다 정리해온 보고서를 다시 입력해 총금액의 상환액을 정리했다.
상환 정도에 따라 추가 대출액이 달랐지만, 만약 요청한 금액이 줄어든다면 본부의 담당자와 상급자를 통해 어떻게든 맞추려고 애썼던 날들.
다행히 목표한 금액의 수표를 발행받아 함반토타로 돌아오는 날은 의기양양했던 추억으로 생생하다.

이후 주 초가 되면 발행받은 거금의 수표를 지정 대표 은행에 입금해, 각 지역 금고에서 요청한 금액으로 다시 나눠 한 주간 마을의 대표와 재무담당을 통해 분배했다. (정말 신나는 때였다.)
사고 금고가 생기는 경우(사업이 안 되어 부도를 내기도 하고, 야반도주를 감행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등)는 지침에 따라 토론하고 의결했다. 사고 시 처리할 예비비도 보험처럼 따로 모았다.

그 밤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시작한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봉사단 파견 역사의 초기였던 터라 최초로 우리 지역의 대표들과 함께 한국의 새마을금고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를 견학단으로 이끌고 가게 되었었다.

함반토타 WDF는 여전히 활발해, 주말에도 여성들의 역량 강화 훈련과 금고 직원들의 직무 훈련이 있었다.
잠시 인사를 하러 들렀다가 교육생들과 점심을 나누고, 당시 함반토타 WDF 설립자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관련 업무의 주책임자였던 분과 만나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특강을 하게 될 경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지어를 잊지 않으려 출발 2주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스리랑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익힌 것이 도움이 된 듯한데, 월요일의 경우는 조금 염려가 앞선다.
오늘, 내일 중 주제와 내용을 정리해야 할 텐데…

그보다 오늘 종일, 그 옛날 봉사단 OB들의 단체 KOVA에서 파견 후 30년쯤 지나면 ‘고향 보내주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하자 했던 기억이 떠올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어디에 제안해야 할지 정리해야 할 터이다.

#KOICA #kov #WFK #srilanka #hwdf

Sort:  

@leemikyung, 정말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함반토타에서의 봉사 활동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 척박했던 환경 속에서 여성 자치기구를 통해 소액 금융을 발전시킨 이야기는 감동적이네요. 특히, "월화수목금금금" 일정 속에서 52개 마을 금고를 응원하고 창업을 지원하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KOVA의 '고향 보내주기'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멋지네요! 30년 후, 그 시절 봉사단원들이 다시 모여 추억을 나누고 현지에 기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 글을 읽고 함반토타의 현재 모습과 그곳 여성들의 삶에 대해 더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특강 이야기도 꼭 공유해주세요! #KOICA #WFK 해시태그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