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22 미국과 일본관계의 파열음의 국제정치적 의미

in #avle2 days ago

미국 패권지배하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의 미국에 대한 사실상의 도전에 이어 일본이 미국에게 정식으로 반기를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국방차관 컬비가 일본에게 방위비를 GDP 3.5 %로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일본은 현재 GDP 1.8% 수준으로 미국의 요구를 반영하여 27년에 2%까지 증액할 계획이었다. 컬비는 처음에는 3% 수준으로 증액하라고 하다가 갑자기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본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7월초에 예정된 미국과의 외교+국방 회의를 취소한 것이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미국에게 반발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처음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일본은 패전국으로 승전국인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일본정부가 미국과 외교+국방장관회담 최소를 통보한 것은 일본 내부의 기류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의 안보정책과 경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과거 플라자 합의도 그렇고 최근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미국편을 확실하게 든 것도 그렇다. 플라자 합의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대리자라는 역할을 자처했다. 일본은 미국에게 있어서 전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던 유럽과 달리 일본은 미국에 대해 언제나 순응해왔다. 일본은 그동안 자신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의 패권적 질서에 순응하고 절대로 반발하지 않았다. 그런 일본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번에 일본의 행동은 소위 속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혼네'를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일본은 미국의 체면을 세워줄수는 있어도 경제적인 불이익은 감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에게 국방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 무기를 많이 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무기를 많이 파는 것이다. 미국이 각국에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공물을 바치라는 의미로, 사실상 제국주의적 약탈과 다름이 없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정식으로 거부한 것이다. 동맹국이 반발할 것을 모를리 없는 미국이 그런 요구를 한 것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공공채무가 이미 37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 규모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가장 심각한 위협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라기 보다 공공채무의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태도변화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미일관계가 승전국과 패전국의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미국과 서로 대등한 파트너로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번 태도를 그렇게 해석한다면 앞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군사적 봉쇄정책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 봉쇄보다는 오히려 협력적 관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꾸준하게 중국과의 교역규모를 확대해왔다.

일본은 앞으로는 미국편에 서서 대중국 강경책을 설파하면서도 뒤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익을 추구해왔던 것이다. 중국과 최대교역국이면서 중국을 앞에서나 뒤에서 모두 강력하게 반대했던 한국의 역대정권과 분명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일본의 이번 태도가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미라면, 앞으로 미국의 소위 '인도 태평양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가 될지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강경한 태도가 선거를 앞둔 국내정치용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일본은 이제까지 미국과의 관계를 국내선거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를 변경한다면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