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요가 부처님
고창파(Götsangpa)에서 내려오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오늘 두 군데의 곰빠를 들러야 하기에 부담이 되었지만 라다크 여행의 다른 일정이 남아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택시 기사님은 헤미스 곰파 주차장에서 5시간은 기다리신 것 같다. 바로 틱세(Thikse) 곰빠에 가야 하기에 서둘렀다. 막상 틱세 곰빠에 내리니 다리의 힘이 빠져 걸을 기운이 없었지만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둘러 보아야만 했다. 마음이 몸의 말에 올라탄 기수이니 억지로라도 재촉해야 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곰빠 매점에서 파는 소프트 아이스트림이 내 앞에서 품절되어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거면 힘이 좀 날 만도 했는데 무엇이든 5% 부족해야 감질 맛이 나긴하다. 그러나 비누질 샤워한 뒤 물이 안 나오는 기분만큼 아찔했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一切唯心造
틱세 곰빠에 거인 미륵보살 조각상은 1970년 14대 달라이라마 방문을 기념하며 4년에 걸쳐 조성되었다고 한다. 미래에 오실 부처님으로 알려진 미륵보살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불교 수행의 관점에서 유식유가행파(唯識瑜伽行派, Yogācāra)가 있는데 이와 관련된 경전 혹은 논서들이 미륵 보살이 꿈에서 강의한 내용을 작자가 받아 적어서 형성되었다는 설도 있고 4세기경 미륵이라는 불교 논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한 사실여부보다는 요가(yoga)와 오직 마음뿐이라는 유식(唯識)과의 관계를 지적하고 싶다. 결합은 요가의 다양한 의미 중 하나인데 무엇의 결합을 말하는 것일까? 종파에 대한 차이를 넘어서 요가 수행자가 요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요가 수행은 물질과 정신이 결합되어 있는 현상계에서 물질과 정신을 분리해 가며 이원성(二元性)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탐구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정신의 주도적 역할을 지적하는 것이 유식(唯識) 사상인데 초기 불교에서는 주관이 포함된 주객의 현상계를 명색(名色, Nama-rupa)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명색은 물질과 정신의 복합체를 말하는데 정신의 주요 기능인 알아차림(sati, 念)을 통해서 물질과 정신을 분리하여 물질과 정신조차 변하지 않는 실체가 없음을 바로 보는(正見)데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궁극에는 반야라는 지혜가 성취된다. 거인 미륵 보살의 왕관에 각각 다섯가지 색 몸의 보신불을 묘사하는 것으로 물질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빛(적, 백, 흑, 황, 청)의 에너지 몸(반야의 몸)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미래에 오실 미륵불은 모든 물질적 에너지 몸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색신으로 나투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어째서 부처님이 다섯 분이나 되는 것일까?
신령스러움은 특정한 지역이 없고 변화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습니다.
神无方 易无體
다시 말하자면 불성(佛性)을 이루신 성취자는 고정된 모습으로 나투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미륵 보살은 특정 종파를 초월하는 성취자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셔진 미륵 불상은 불교 정신 문화에서 빌린 이미지일 뿐이다.
요가를 신체적 단련 행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요가를 통해서 거친 수준의 몸을 미묘한 수준의 몸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따로 고정된 실체로서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고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정화됨으로써 궁극에는 무지개 몸(이 단계에서는 물질과 정신이 분리되지 않는 에너지의 연속으로 이해됨)으로 변화된 성취자들이 티베트 요가 수행자 중에 많이 있다고 한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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