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고전, 전혜린의 번역으로 만나는 유일한 데미안

in #book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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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데미안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고전 소설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은 대개 '데미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고전 소설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데미안 같은 책'이라고 답하곤 한다.

따라서 당연히, 데미안은 진작에 읽어둔 책이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명대사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늘 소개할 데미안은 일반적인 데미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한민국에는 전혜린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녀는 한국 문화사에서 데미안을 언급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다. 1965년, 31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등진 그녀는 독일에서 유학을 한 지성인으로서 탁월한 독일 문학 작품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번역가로 활동했다.

누구나 한 번은 미치게 만드는 책

그녀는 데미안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 또한, 처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칠 듯이 차오르는 심리적 자극에 정신이 없었고, 너무도 생생한 장면 묘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꿈틀대는 물고기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는 너무도 과감한 묘사였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하다. 따라서 그녀의 언급 이후, 한차례 데미안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는 직접 데미안을 번역하기도 했는데, 생전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5년 지금, 그녀의 타계 60주기를 맞이하여 전혜린의 번역으로 만나는 데미안의 복원 본의 출간되었다. 외래어 표기와 맞춤법, 오기 및 띄어쓰기 등 문법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생전에 출간했던 판본을 최대한 되살렸다고 한다.

번역서는 번역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똑같은 책이어도 누가 번역을 하느냐에 따라 술술 읽히기도 하고, 한참을 고민하게 되기도 하다. 이는 같은 책도 다르게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소설의 내용은 어느 정도 익숙한 내가 전혜린의 데미안을 읽을 때에, 내가 가장 유심히 살펴본 부분이었다.

​따라서 나처럼, 이미 데미안을 접해본 독자일지라도, 그녀의 문장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데미안의 이야기가 어떤 모양으로 흘러가는지, 좀 더 관찰자의 입장에서 감상하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해 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