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산업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코믹스브이 (2)
주로 제가 본 웹툰 시장을 이야기한 지난회에 이어 이번에는 보다 가상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해서 코믹스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https://steemit.com/comic/@fstory97/-9cd65e14b1e6d
1. VR을 만나다.
네이버 다닐적에 회사에서 꿈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제가 간밤에 꿈을 꿨는데 멋진 들판에 제가 있는데 바람이 불고 자세히 보니 나무가 폴리곤이더라구요. 그 그래픽이 멋졌어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잘 때는 일 생각좀 그만해요 ' 였다.
그 후로 네이버를 그만 두고 정부의 기술정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를 다니면서 VR기술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구글의 종이로 된 카드보드를 통해서였다.
그 때 딱 느꼈던 느낌은 내가 처음 SPC-1500의 8비트 PC 앞에 앉았을때, 그리고 셀빅i의 조그마한 PDA를 만났을 때 그 느낌이었다.
이건 그냥 게임기나 롤러코스터만 즐기는 기기가 아니라 분명 미래의 컴퓨팅 플랫폼이 될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후 곧 글로벌 회사들이 VR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을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VR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비교적 일찍 VR/AR에 대한 리포트들을 쓰고, VR/AR산업의 핵심 인물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결국 언제인가냐의 문제일뿐 VR이 모든 것을 바꿀 기술임은 확신이 들었다.
2. VR은 한국 디지털 만화를 원하고 있다.
그러던 중 VR산업계는 여러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너무 빠르게 뜨거워져 기다리지 못하는 자본은 한 텀을 앞서갔다. 오큘러스가 2조에 투자된게 2014년인데 정작 기기가 나온게 2016년, 그나마도 비싸다고 아우성이었다. 2018년들어 모바일기반에 오큘러스고가 매우 값싸게 출시되면서 대중화 수준의 가격에 이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 분위기라면 2016년에 이런 기기가 나오기를 바랬던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바일 혁명시대를 떠올리면, 안드로이드원의 출시나 아이폰초기모델을 떠올려 보면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급한시장은 더 빠르게 냉담하게 반응했다. 기대치가 올라간 VR콘텐츠는 생산단가는 올라갔으나, 하드웨어의 성능은 못 따라가 비싸지고, 소비자는 없으니 거꾸로 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이런 상황이 VR산업계에 문제로 떠올랐다.
여전히 VR에는 이 문제가 남아있는데, 요즘 콘텐츠 시장은 고래라는 엄청난 속도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매출을 만들고, 여성이 콘텐츠 소비의 주체지만 VR은 이러한 고래가 소비할만한 콘텐츠는 없고, 콘솔게임시장처럼 남성 메니아 층만 노리는 분위기다.
거꾸로, 나는 이점을 포착했다.
포털의 웹툰은 그 자체로 유료 수익을 얻는 구조보다는 포털 플랫폼에 머무르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엄청난 속도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요즘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콘텐츠이면서 여성향을 포함해 장르가 풍부하다. 플랫폼 활성화의 최 우선 과제는 어쨌던간에 체류시간과 이용율을 증가시켜야 한다. 특히 재방문율이 중요한데, 그 안에 충분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시장이 없어서 VR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할때, 오히려 그 자리를 메꿀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여기에 딱 맞는 것이 만화/웹툰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이 콘텐츠를 수요하는 플랫폼들은 네이버같은 로컬 기업이 아닌 페이스북, 구글, MS같은 글로벌 기업들이라 더 큰 기회가 있다.
한마디로 VR에서 필요한건 글로벌단위로 빠르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어떤것이 필요한데 이는 한국 디지털 만화가 가진 특징, 그리고 필요로 하는 시장과 일치한다.
초기 안드로이드 마켓, 앱스토어 시장 역시 초기 진입자들 중 버티며 계속 생존하며 시장을 증명한 이들이 각 카테고리를 차지했고 오늘날 괜찮은 기업들이 되었다. 그리고 코믹스브이가 VR만화 카테고리에서 그런 기업이 되길 원한다.
3. 복제 걱정 없는 글로벌 만화시장의 꿈, VR 만화 플랫폼으로 이룰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복제가 VR에서는 어렵다. 블록체인을 복제의 대안으로도 얘기하는 경우를 봤지만, 블록체인은 저작권의 증명이 가능한 기술이지,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VR만화는 플레이어를 별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탈취하더라도 복제해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세계시장 중 잠재 성장 가능성을 높게치는 곳 중 한군데가 중국/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다. 이곳도 디지털 만화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는데, 역시 무료위주의 시장으로 좀 흐르는 분위기고, 가장 큰 당면 문제가 바로 불법복제다.
하지만 신흥 아시아 시장이 PC없이 모바일단계로 바로 진입했고, 여전히 신기술에 대한 빠른 수용도가 있는것을 생각한다면, VR은 어떨까?
복제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한 PC/모바일 웹툰을 생략하고 바로 VR만화로도 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이 가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코믹스브이가 페이스북 광고의 CPI가 낮은 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제 걱정 없는 글로벌 시장" 이 점은 한국 디지털 만화의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다. 공급과잉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디지털 만화 품질은 전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단순히 그림의 밀도 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다양성면에서나 디지털에 대한 특성을 전문적으로 고민함에 있어서도 한국 만큼 많이 고민해본곳이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공략 방법이 ip중심의 플랫폼이 아닌, 오픈마켓형의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점 역시 코믹스브이가 지향하는 바이며, 오픈 마켓형의 글로벌 VR만화 플랫폼이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지금 구글이나 애플이 열어 놓은 모바일 게임 만큼 커다란 시장이 펼쳐지며 한국 디지털 만화의 한류와 글로벌 디지털 만화시장의 혁신이 가능하다.
4. 고밀도 출판물의 디지털포메이션 VR로 가능하다.
또 하나, 웹툰이 해결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데 바로 출판물의 부활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판시장의 불활은 아닌 출판물의 디지털포메이션이다.
출판물은 사실 우리가 보통 소비하는 웹툰에 비해 더 많은 노력과 더 비싼 가치를 주고 소장하는데 가치를 둔다. 반대로 웹툰은 매우 빠르게 소비하는 특징이 있는데 모바일의 기기 특성상 고밀도의 그림에 대한 욕구가 매우 낮다. 물론, 경쟁이 심해지면서 주간 연재를 유지하며 작화퀄리티를 올리고는 있지만, 웹툰의 인기순위를 봐도 작화가 모바일위주의 웹툰은 답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VR에서는 다르다. VR에서 FOV가 90도만되어도 100인치 이상의 TV를 눈앞에서 보는 정도의 느낌이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그림을 배치하면 마치 거대한 미술관에라도 온 느낌이 드는데, 출판의 고밀도 그림을 재소비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큰 그림 앞에서의 체류시간도 증가하여 소요 컷수가 감소하여 고밀도 그림의 Roi가 맞게 된다..
코믹스브이는 이런 고밀도 그림들을 360도로 살짝 재편집하고 없는 부분은 다시 그려넣어 마치 그림속 안에 들어온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정석호 작가님의 백호나 최호철 교수님의 골목길 거닐기, 유라 작가님의 유라 갤러리는 이러한 고밀도 그림을 360도 공간에 재배치하여 그림 속안에 들어간 느낌을 받게 해준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VR은 3D와 스테레오스코피로 작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시킬 뿐만 아니라, 어려워서 못 하겠다는 작가님들의 두려움을 해소시키고자함이 있었다.
또한 기존의 출판물도 얼마든지 VR로 멋지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고, 출판에서 하던 2D그림 본연이 가지고 있는 투시도의 강력한 힘이 VR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날로그적인 작품을 하시는 작가님들의 작품을 시작부터 넣었다.
VR웹툰이라는 용어를 국내에서는 마켓팅 용어로 사용했지만, 코믹스브이는 동화. 만평같은 모든 책의 VR구현이 가능한 2D이미지 기반의 멀티미디어 플랫폼이다.
때문에, 코믹스브이에서 양안의 이미지를 구현해야 하는 스테레오스코피는 앞으로도 배제하게 될 것 같다.
5. VR 플랫폼에 맞는 작가 노동현장, 생산기술혁신이 중요하다.
코믹스브이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작가와 PD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문법에 대한 고민들이다. 이를 위해 작가교육 자료를 만들고, 많은 고민들도 공개하고 있다.
플랫폼의 변화는 단순히 매체의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의 변화로 공급자의 혁신이 동시에 발생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좋은 공급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갈 동인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더군다나 익숙해져 있고 검증되어있는 큰 웹툰시장에서 VR만화 시장으로 교육까지 받아가며 옮겨 갈 작가님들은 많지 않다.
결국 이는 플랫폼이 그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확산되고 있는 스케치업의 배경을 360도로 만드는 방법도 고민해서 공개하고, 스케치업 리소스에 대한 플랫폼의 부담도 고민해 봤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미지프로세싱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작가가 사용할 수 있는 제작혁신을 로드맵에 두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일자리를 없애거나 사용자에게 마법처럼 신기한걸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따라하여 사람을 보조하는 기술로 생산혁신에 방점이 있다. 웹툰산업에 만연한 고강도 노동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며,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저작물 혹은 연구과정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코믹스브이는 작은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과거 인공지능 개발자로서 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연구원 경력에 기반하여 이러한 부분을 목표에 두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만화 기술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이 장기적인 비전이다. 코믹스브이 인력중 절반은 엔지니어다.
6. 가상현실에서 편하게 만화를 보는 시대, 코믹스브이가 대비하는 시대
오큘러스고에 탑제된 오큘러스룸을 플레이 해보면 페이스북이 그리는 미래를 알 수 있다. 편한 회전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며 리모콘으로 까딱까딱하면 장소가 이동되고 사진과 영상의 미디어들을 즐길수 있다. 물론 코믹스브이 앱도 손가락 끝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터치 하는것보다 손목에 부담이 덜하고 생각보다 편하다.
물론 이직 성능으로 인한 지연율이나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로 초점기술 등의 문제로 오래보면 피곤한 문제는 좀 있지만, 조만간 그 문제들도 기술발전으로 극복되고 1인 1 VR기기를 쓰고 편안히 누워 리모콘만 까딱거리며 즐기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리모콘은 확실히 귀차니즘이 준 신의 선물이다. TV리모콘이 오큘러스고의 리모콘 같았다면 더 게을러졌을것 같다.
그리고 난 그 시대에도 만화를 2D이미지 기반의 소비가 일어날거라고 믿는다. 사람이 양안으로 깊이를 느끼게 된 것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안의 깊이감은 사실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개의 2D이미지의 위상차를 뇌에서 분석함으로 일어나는데 이 과정은 뇌가 꽤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또한 VR에서 쉽게 느끼는 멀미, 인지부조화의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가 이 양안의 위상차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2D이미지가 주는 편안함은 이런 부분이 처음부터 없다는 것에서도 기인한다.
대신 생략과 과장을 통해 작가의 느낌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꼭 보이는데로 현실감을 전달하는 것이 제작자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3D보다 2D가 좋은 덕후를 비롯해서 2차원의 간결함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동굴벽화부터 이어져온 태고의 언어인 만화는 VR시대에도 영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코믹스브이를 통해 도전을 하고 있으며, 이는 가상현실과 한국만화산업 모두에게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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