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귀멸의 태양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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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태양이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피를 빨지만, 태양이 떠오르면 재가 되어 흩어지고 만다. 태양이 그들을 묶고 있던 결박들을 해체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사들은 어둠 속에서 그들과 싸워야 한다. 그들은 밝은 태양 아래 존재하지 않음으로.



어둠의 무한성에서 전사들은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위도 아래도 없는 무한성은 정념의 공간을 잘 표현해 주었다. 떨어져 내리는 것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태양이 차단된 무한 공간에서 혈귀들과 맞서 싸울 힘은 오로지 결기뿐이다. 비장한 결기로만 혈귀들과 맞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둠 속에서뿐이다. 태양이 부재하는 공간에서만 결기가 필요하다. 태양이 떠오르면 모든 것이 재가 되어 흩어지니까. 혈귀도, 전사들의 결기도.



결기를 불태우면 불태울수록,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정신이니까. 나는 어둠을 열망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기의 마음을 품는 것만큼 아드레날린 터지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그것에는 혼신이 필요하니까.



전사들의 상투적인 복수혈전을 바라보는 마음은 뭔가 애잔하다. 그 마음이 주는 정념은 어두운 운동장을 활활 밝히는 거대한 캠프파이어의 절정 같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 이글거리는 그 마음의 정념을 품는 일은 박카스 백만 개를 동시에 꿀떡꿀떡 삼키는 것처럼 가슴을 뜨겁게 강장 시킨다. 그대로 튀어 나가 단칼에 그것의 목을 베고 싶을 만큼.



그런 정념으로, 초지일관 혈전에 임하는 귀살대의 전사들은 한순간도 마음과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러면 죽으니까. 시종일관 이어지는 결기의 순간들. 그리고 혼신이 불타오르는 대결과 대결. 어차피 만화지만, 어떻게 그 정념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을 다하고서는 쓰러지고, 금세 탈진한 몸과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켜 다시 혈귀와의 전투를 이어가는 걸까? 그것은 시종일관 계속될 수 있을까? 만화지만 묘하게 설득되고, 설정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전개에 나의 투쟁을 투영시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았다고 나름 자부하는 것이다. 마법사의 생에. 모험과 도전, 고전과 난전을 스스로 찾아 들어가 정념을 불태웠던 시간의 역사 속에서. 한순간도 '전집중 호흡'을 흐트러뜨릴 수가 없었다고. 전후 사방에서 밀고 들어오는 부정적인 마음의 압박 속에서 잠시 숨돌릴 틈도 없었다고 회고하고. 이제는, 무한성 혈투의 최종장에 이르러서는, 태양이 떠오르길, 태양이 떠올라 모든 것을 해소해 주길 고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지쳤으므로. 모든 것을 다 쏟아내었으므로.



탄지로의 귀걸이에 새겨진 떠오르는 태양은 이상한 논리와 감정에 의해 한국에서만 지워졌다. 아마테라스의 상징이자 일제 군국주의자들의 문양이라고 지워진 그것은, 혈귀들을 해체시키는 떠오르는 태양이다. 전사들이 기진맥진 속에서, 곧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그때까지, 그때까지만 버티자고 고대하고 기다리던 그것. 이 시리즈를 한편만 감상했더라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으리라. 일제 소니가 만들고 미제 넷플릭스가 유통하여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는 애니메이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에서는 K팝 귀살 그룹 '헌트릭스'가 노래와 춤으로 악령을 토벌하는데, 그들의 모국 젊은이들은 조용히, 요즘 아무도 찾지 않는 영화관에 남몰래 찾아 들어가 숨죽이며 탄지로와 귀살대의 혈투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어둠 속 영화관에서, 내몰린 어둠 속 무한 방구석에서 어떤 혈투를 벌이고 있을까? 끝 모를 추락이 이어지는 이 무한성의 혈투를 멈출 태양은, 태양은 언제나 떠오르는 것일까?



태양이 떠오르길. 지구는 둥그니까, 검열관이 아무리 떠오른 태양을 지워대도 결국 태양은 떠오르겠지. 만화니까, 이 혈투의 최종장에서도 주인공은 승리할 거야. 태양의 도움 없이. 그래도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린다. 고대한다. 전사들은 너무 지쳤으므로.









[위즈덤 레이스 + Music100] 35.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OST_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