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X와 X의 이야기
개 이상하고, 개 웃기고, 개 짠하다. X의 이야기가 아닌가. 누구나 갖고 있는 X.
X의 이야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아픈 기억은 뇌가 보존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재회를 갈망한다. 좋은 것만 남았으니까. 좋아서 선택했던 X니까.
그러나 현실은 얼마나 잔인한가. 기억은 왜곡되어 있고 현실은 리얼이야. 현실의 X는 X가 아니라 지랄맞은 년놈이지.
'아니, 나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저런 걸, 다시 어쩌려고, 이구 씨.'
잊고 살라고 기껏 소거해 준 기억을 애써 길어 올려 아닌 것처럼 다시 시작할라니까 그러지. 뇌가 열받은 거지. 하지 말라니까. 한 번 끊어진 인연은 다시 잇는 거 아니라잖아.
그런데 끝을 보지 않은 X와의 이야기는 다음이 궁금한 기라. 기어코 끝을 봐야겠는 거라, 도박을 하는 거지.
자니?
미쳤어? 앞만 보고 살아도 짧은 세상인데. 신상으로만 가득 채워도 모자란 인생인데. 뭐 하자고 볼 거 다 본 그걸, 끄집어다가 다시 시작한대? 라고 관전평을, 들으라고 크게 지껄여도. 년놈은 그걸 다 잊었지. 끌리는 걸 어떡해. S와 N이 만났는데 척하고 들러붙지 않고 어쩌겠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백 번이고 그럴걸.
함께 살아 닳고 닳은 전 남편 X는 누가 S여도 S고, 누가 N이어도 N이라, 밀어내기 바쁘지 더 이상 미래가 없지만. 영화에선 한번 태워보지도 못한 채 풋이별(?)로 남아버린 전 남친 X와의 관계가 꽤나 새롭다. 신상 같은 중고랄까? 중고 같은 신상이랄까?
바닥을 보고 싶은 거야. 바닥을 봐야겠는 거야. 못다 한 인연이 그래. 보다만 드라마는 쳐다도 안 보고, 먹다만 피자 조각은 말라비틀어져도, 타오르다만 그건 말이야. 기어코 불을 붙여 봐야겠는 거야. 활활 타오를지, 연기만 가득 피워대다 숨 막힐지, 붙어봐야 알겠는 거야. 인연 찾기가 얼마나 어렵니? 그러니 동강이라도 남은 인연 아쉬운 거지. 아쉬운 마음에 만지작거리는 거지. 들었다 놨다, 들어다 놨다. 들은 건 미련이 남은 아쉬움이고, 놓은 건 잊은 상처지.
뭐 아무렴 어떠니. 카파도키아의 벌룬 위에 두둥실 떠올라 귤레귤레 소리쳐 볼 누군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긁지 않은 복권이지. 꽝꽝꽝, 꽝뿐이어도 말이야.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그런 마음이 들어. 이상하게 웃기고 이상하게 공감 가는, 그런데 또 짠하고 그럼 그렇지 하게 되는.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
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
예쁜 말을 찾아 헤매고선
한숨 같은 것을 깊게 내뱉는 것
사람들을 찾아 꼭 안고선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그러니 마법사는 이렇게 권하는 거야.
할 수 있다면 X를 만들지 말게나. 중단일지언정, 재결합을 향해 상처 같은 말을 내뱉지는 말게나. 어차피 돌고 도는 인연. 끊어내지도 못할 인연. X 만들어 뭣하겠어. 한숨 같은 것을 내뱉겠지. 결국 찾아 꼭 안고 싶어지겠지.
이 영화 그래서 개 이상하다.
이 영화 그래서 개 웃긴다.
이 영화 그런데 개 짠하다.
Güle Güle

[위즈덤 레이스 + Music100] 32. 그렇게 살아가는 것_ 허회경 (영화 <귤레귤레>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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