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07 기록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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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여행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레에 도착 후 며칠 안돼서 잔스카르 지역에 다녀왔고 그 여독이 풀리기 전에 다시 레에서 이틀 쉰 뒤 @choonza 프로젝트로 운영되는 돌핀 호텔(Snow Leopard Lodge)에 묵은지 3일이 되었다. 잔스카르에서 쌓인 몸의 피곤이 이제야 풀린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안되서 다시 집으로 향해야 하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지나간 15일이 꿈과 같고 아득하기만 하다. 옛 사람들이 빛 그림자(光陰)를 시간이라고 부른 의미가 이런 것일까? 빛처럼 빨리 자나가며 남기는 여운(陰)을 붙잡을 수 없지만 쫒고 살아가기에, 마음이라는 빛이 훑고 지나간 여운(陰)은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도 금방 또렷했던 기억이 다시 덧씨워진 그림자(陰)처럼 점점 불분명해져만간다. 이곳은 시끌벅쩍한 레와 달리 아주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산골이다. 레가 아무리 시끄럽다고 하지만, 한국의 도시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물론 때 되면 무슬림의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가끔씩 개그지들이 때지어 짖어대는 소리로, 혹은 시도 때도 없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로 고요함이 일그러지지만 문명화된 도시의 방콕보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나의 방에서 번잡한 마음을 애써가며 가라앉히는 고요함과 자체로 고요하게 주어진 여건 속의 방해꾼의 소음은 질적으로 다르다. 이곳은 거기서도 한참 떨어졌으니 고요함이 한층 두꺼워졌다고 말할까? 고요할수록 마음은 술취한 원숭이처럼 미쳐 날뛴다. 지난 밤 마신 포도주 몇 잔 때문인지 새벽부터 머리가 무거웠다. 저녁 산책 후 감기에 걸린 것인지 육체에 스며든 포도주가 안그래도 술취한 원숭이를 춤추게 만들어 몸도 따라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숙소의 방에서 뒹굴다가 저녁이 되어갈 즈음 정신이 또렷해졌다. 2년 전의 라다크 여행의 심상(心想)도 남겨야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질 3주간의 수상(隨想)도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한데 밀린 숙제를 처리해야 하는 그런 무거움도 애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어버려라는 만만(漫漫 )디의 정신적 느긋함으로 만들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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