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1
해가 뜨는 시간쯤 아버지 산소에 갔다. 풀이 자랄 대로 자랐다. 벌초 일이 아니지만 휴가 온 김에 벌초를 해서 가고 싶은 아우님 맘을 이해해 벌초를 하기로 했다. 나는 철들고 벌초를 한 기억이 없다. 아주 꼬꼬마 시절 아버지 따라 할아버지 산소에 간 기억이 전부이고, 벌초는 남자들만 가는 집안 행사라 관심도 없었다.
처음인 것 같은데 낫질이 생소하지 않은 걸 보면 전생이 농부가 아닌가? 생각하며 산소를 뒤덮은 풀들을 베어갔다. 한낮 더위처럼 덥지는 않지만 몇 번 낫질을 했음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보기에도 깔끔하게 정돈된 산소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얀 카네이션을 비석 앞에 두고, 술 한 잔 올리고 잘 지낸다고 큰절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해장국 한 사발 했다. 맛있다.
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