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의 메아리

in zzanlast month

Immagine

비는 쉴 새 없이 이슬라 누블라의 인공 정글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관광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희미하게 깜빡이며 진흙투성이 도로에 반사되었다. 정전으로 멈춰선 차량 안은 빗소리와 승객들의 긴장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 진동이 느껴졌다.

하나. 둘. 셋. 땅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다가오는 듯한 둔탁한 진동. 대시보드 위에 놓인 컵 속의 물이 점점 더 크게 파동을 일으켰다. 무언가가 오고 있었다.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빗발 사이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그의 피부는 살아 있는 가죽처럼 보였고, 상처투성이에 빗방울이 땀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노란 눈동자는 원초적인 지능으로 주변을 응시했다. 머리를 한번 휘두르자 전기 울타리가 무너졌고, 그 경계는 무의미해졌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의 코는 차량의 흐릿한 유리창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뜨겁고 거친 숨결이 유리를 흐리게 만들었다. 차 안의 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

그때,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찰나의 섬광 뒤에 울려 퍼진 포효는 대포 소리처럼 터졌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서 온 듯한, 원초적인 울음소리. 지배자의 선언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단지 사냥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섬과 이 길, 이 정글은 아직도 자기 것임을, 누구에게든 기억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