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5 조선과 동아의 입장변화 ? 양상훈과 김승련의 칼럼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미관세협상이후 한국내 여론 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 보수진영 여론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과 동아 두신문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입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논설실장 김승련이 8월 3일 '한미동맹, 공동의 적이 모호해진다'는 제목의 칼럼을 올렸고, 조선일보는 주필 양상훈은 7월 30일 '우리가 알던 그 주한미군, 이미 철수중' 이라는 칼럼을 썼다.
두 칼럼 모두 한국이 중국을 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대응하는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는 한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두칼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의 논지가 그동안 조선과 동아의 입장과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조선과 동아는 거의 예외없이 어떤 경우에도 한미동맹은 굳건해야 하고 한국의 안보는 주한미군에 달려있다고 주장해왔다.
김승련과 양상훈이 거의 시점에 이런 칼럼을 쓴 사실에 주목한다. 이글은 칼럼이란 형식이기 때문에 개인적 평가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논설실장과 주필이라는 지위를 고려해 보면 이 두 칼럼을 단순히 개인적 입장의 반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한국 주류사회의 이면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보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만 가능하다. 사실 이번 이재명 정권의 관세협상 결과를 받아 들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은 국가의 이익과 인민의 삶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반역자이자 매국적인 태도라고 하겠다. 당연히 이런 결과는 받아들일수도 없고 받아 들여서도 안된다.
필자는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먼저 이재명 정권이 남북관계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재명 정권은 오로지 미국에 대한 굴종과 예속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필자는 이재명 정권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태도를 취한 것은 이재명 정권이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승련과 양상훈의 칼럼만으로 조선과 동아가 현재의 국제정치와 동북아 및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과 인식이 바뀌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 이들이 갑자기 중국과의 전쟁에 한국군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당연히 중국과의 전쟁에 한국군이 앞장 서야 한다고 나왔어야 했다.
김승련과 양상훈의 칼럼이 이재명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미 공식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의 국방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군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참가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가지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조선의 전면적 남침은 어렵고, 만일 그렇다면 조선에 핵무기로 응징하겠다며, 한국군을 중국군의 대만 침공시 투입하라고 강요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아마도 양상훈과 김승련의 칼럼은 한국군이 대만문제로 중국군과의 충돌에 동원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문제인식이라 하겠다.
만일 그렇다면 조선과 동아는 현정부가 추구하는 친미정책에 대해 일정정도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런 제동은 현재 한국의 정치적 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친미라는 입장에서 상호 입장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거의 무의미해졌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더 이상 존재의 가치도 없어져 버렸다. 전한길 같은 3류인사가 당을 뒤흔드는 상황은 국민의힘이 더 이상 존속할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의 보수정당이었다면 전한길 같은 자가 저렇게 앞에서 나서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권은 오로지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재명 정권의 미국에 대한 몰빵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으로부터 군함수선과 같은 사업을 받아 오기위한 전술적인 태도라고 설명하기엔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전략적 손실이 너무 크다. 현시점에서 이재명 정권의 친미적 태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설명은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천명함으로써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재명이 미국으로 부터 양보를 받아 내기위해 트럼프의 가랭이 밑으로 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한데, 이미 이재명은 완전하게 미국에게 포획되어 버렸다. 이재명이 다시 미국과 관계를 재정리하는 길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그렇게 하면 이재명은 권력을 상실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재명이 권력을 상실하면 목숨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험악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권은 현재의 친미적 노선을 임기끝까지 밀고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가 양상훈과 김승련의 칼럼에 주목한다고 해서 그들이 입장을 완전하게 바꾸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양상훈과 김승련의 칼럼은 이후에 필자이 평가와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상훈과 김승련이 비교적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한국의 입장과 상황을 정리한 글은 가뭄에 단비같다. 답답한 것은 한겨례와 경향은 이정도의 글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