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꽃들에게- 류시화kuljp (25)in #koreanpoetry • 4 years ago (edited)저녁의 꽃들에게 - 류시화 연필이 없다면 난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시를 쓰리라 내게서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입술로 바람에게 시를 쓰리라 입술마저 내게서 가버린다면 난 내 혼으로 허공에다 시를 쓰리라 내 혼이 어느날 떠나간다면 아, 그런 일은 없으리라 난 아직 살아 있으니까 이젠 끝이라 생각하나? 내가 끝이라 생각해야 비로소 세상은 끝이 난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도 날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