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작고 귀여운 머리보단 몸이 믿을만하다.
엊그제 다래끼가 났다 생각해서 안과에 갔다. 다래끼로는 안과에 잘 가지 않는데 안과에 가면 바로 통증이 사라진다는 Astin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집 근처 안과는 화려하고 넓고 깨끗했다.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는 느낌이 들어서 이대로 괜찮을까? 절로 걱정이 들었다. 아직 이 근처 상가나 병원이 자리잡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모든 병원 직원들은 친절했다. 잠시 대기중에 홍보종이가 보였다. 신기하게도 안과에서 오픈이벤트로 온갖 주사를 저렴하게 맞을 수 있었다. (다이어트 주사, 신데렐라 주사..?) 본업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인가보다.
오른쪽 눈을 열심히 살펴보던 의사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이것은 다래끼가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했다. 다래끼처럼 보이지만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했다. 바이러스라고 말씀하신 순간, 아- 그거구나 싶었다. 몸에 지니고 있는 어른이 되면서 증상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예 없어지진 않은 그 바이러스.
의사 쌤은 바이러스와 다래끼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치료 방법도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결론적으로 눈을 비비거나 외부의 균에 감염 때문이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바이러스가 올라온 거라고 했다. 경험에 의하면 이 바이러스의 가장 좋은 치유법은 푹 쉬고 잠을 자는 거다. 사실 약효가 딱히 효과가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위치가 눈이라 더 번지면 결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총 4가지 종류의 약을 잔뜩 받아왔다. 게다가 이틀 후에 다시 방문해서 진료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속으로는 이 약만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저쪽은 의사이니 그의 권위와 전문성을 존중해서 '이유가 있겠지'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 작은 머리나 생각과 다르게 몸은 바로 신호를 보내준다. 진정하고 좀 쉬어. (응? 계속 쉬었는데? 아 너 계속 생각했잖아. 맞네)
쓰던 건 멈추고 눈을 감고 푸욱 쉬고 이왕 받아온 약도 잘 투약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휴먼디자인 생각이 나서 책을 느슨하게 읽었다. 경험상 머리보단 몸 쪽이 훨씬 지혜롭고 많이 아는 것 같아. 큰 뜻이나 궁극적인 목적은 알 수도 없고 실체도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니, 모르는 채로 그냥 생긴대로 살아보자. 기계처럼 디자인대로 살아보잔 생각이 들었다. 언어로 표현해서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느낌을 포착해낸 쪽에 가깝다.
바이러스 덕분에 엄청 잘 쉬고 있다.
바이러스야, 쉼만 고이 내려두고 얼른 스텔라님 곁을 떠나길-! 🙏🏽✨
세 익숙해지긴 했지만, 좀 머물다 떠날 것 같아요ㅋ
다정한 만트라 감사드립니다 : )
푹~ 쉬시면서~
스트레스와 바이러스는 훅~ 날려버리시고,
면역력 등 건강도 잘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거트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기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