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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kr22 days ago (edited)

제대로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상태와 정신작용, 사고방식을 나라고 정의하고 거기 안 맞는 나를 억압하고 있었다. 욕망이 없는 이유는 단순했다. 주기적인 무기력도 당연했다. 계절이 아니었다. 억압된 욕망을 수납할 공간이 충분치 않을 때 가슴이 막혔다. 인지하진 못해고 죽겠다고 표현했다. 이유도 없이 모든 에너지를 앗아간다. 이렇게 산지 하도 오래되서 너무나 익숙해서 욕망은 내게 말 걸기를 포기하고 없는 존재가 되어 나를 기쁘게 했다.

물론 인생 매순간이 그런 건 아니었다. 중간중간, 욕망이 이루어지거나 긍정 받고 그런 순간도 있었다. 그땐 좀 더 어리석거고 참을성은 부족했지만 그 해맑고 순수한 상태를 참 좋아했다. 내가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고 행복한 게 참 좋았다. 그 모든 순간에 욕망이 흐르지 않은 건 다행히도 아니었다.

그걸 못 하게 하는 게 ‘자칭 지혜로운 나’ 좀 더 고매하고 고상한 나였구나. 널 사랑한다고 한 일인데 자기 모든 게 사랑이라고 여기던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몰랐을까.

그야 넌 예민하고 걸리는 게 참 많고 긴장된 인간이라 자신이 그런 상태에 놓이면 겁에 질리잖아 어떻게든 거기서 해방되고자 애쓰잖아.

자아를 없애야 하는 줄 알았어. 유치하고 세속적이고 이분법적이고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 고통의 주범, 아니였네. 자아를 사랑해야했어. 걔는 걔대로 살아도 되게 안아줘야했어. 걔 이야기를 다 들어줄 걸 그랬어. 그거 세상에 들어줄 사람 나 하나였는데. 그저 우린 공간이 더 필요했고 걔는 사랑과 나의 수용이 필요했어. 나 엉터리였네. 너무 평온을 사랑했구나. 사랑하다 못해 집착했구나.

최근엔 언뜻 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결될거라고 느껴지는 불확정한 대답없는 대기상태에 놓렸어. 필요이상 고통 받으며 자신을 혐오하는 걔를 봤어. 며칠내내 계속 걔를 안으며 도망가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내게는 소중하다고 이전 같으면 진심없는 잘 포장된 예쁜 말에 불과해보인 내 것이 아니었던 그런 문장을 절절하게 일러주며 사랑한다고 속삭였어. 그래… 그 말에도 진심이 담길 수 있었던 거야.

인생은 건너뛸 수 없고 각자의 단계가 있는 거야. 넌 가끔 너무 빨라. 너무 머리로 알아서 진짜 알아버린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근데 그런 너도 괜찮아. 그렇게 고통 받고 또 배우겠지. 하나씩 하자. 이제 더는 출구가 얼마나 남았냐고 묻지 않을게. 세상은 바쁘지만 우리 관계에선 서두를 게 없지.

그동안 미안했어. 얼마든지 겪어. 내가 싫어하고 미워했던 그 모든 상태들 그 모든 자아가 되어봐. 네가 원하는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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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순수하신 스텔라님. ㅎㅎ

: ) 고마워요 도잠님!

사랑에 관한 글을 더 읽고 싶어요. 모두가 각자 지닌 다른 색의 글들을요. 스팀잇에서 스텔라님을 아직 뵐 수 있어서 기쁩니다 ㅎㅎ

우왕 레일라님 왔다가셨는데 왔다가신지도 몰랐네요. -_ㅠ!
레일라님 여기서 보니 반가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