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36] 말레이시아에서,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시골에서 도시로 처음 이사 왔던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무 이유도 없이 날 괴롭히던 아이들이 있었어요. 한 명은 남자애, 한 명은 여자애. 집단 따돌림은 아니었고, 그냥 두 명의 아이가 따로따로 나를 괴롭혔죠.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엄마한테 얘기했어요. 엄마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어렵게 학교에 전화를 하셨고, 다음 날 담임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왜 선생님한테 먼저 말 안 했냐”며 머리에 도장으로 콩, 하고 찍히면서요. 그때 참 어리둥절하고 서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시간이 흘러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였어요. 뭔가 드러내놓고 나쁘게 굴진 않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확 느껴졌어요. 딱히 정을 붙일 틈 없이, 각자 자기 일에 바쁘고 무심한 느낌이랄까요. 지방에서 올라온 동기랑 퇴근길 버스에서 “서울 살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나눴던 기억이 나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그 감정들은, 아마도 환경이 주는 무언의 압박과 거리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 있어요. 현지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책임에 대한 감각도 다르고, 그저 “왜 저럴까”가 아니라 “이 사람들에겐 이게 자연스러운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요. 아직도 완전히 적응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 맞춰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힘든 건 같은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예요. 실수가 생기면 조용히 넘어가는 게 아니라, 어느샌가 몇몇이 모여서 얘기를 만들고 확대시키는 모습들을 자주 봐요. 한 번 미운 틀이 씌워지면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틈만 나면 조용히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분위기요. 타국에 나와서까지 이런 기싸움과 소모적인 분위기를 겪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요즘 그런 걸 보면,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를 괴롭히던 그 아이들이 떠올라요.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얼떨떨하고 외롭고요. 나는 누구를 밀어내며 살고 싶지 않은데, 왜 이렇게 쉽게 누군가를 모아서 비난하는 걸까, 싶을 때가 많아요.
사람은 원래 착한 걸까요, 아니면 원래 이기적인 걸까요. 성선설과 성악설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사람은 착하다고 믿고 싶어요. 그저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바꾸는 거겠죠. 경쟁이 치열하고, 나만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속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무뎌지고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걸지도요.
말레이시아에서, 저는 그런 걸 자주 생각하게 돼요.
사람은 어디서나 비슷하지만,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든 그 사람의 본모습을 끌어낸다는 걸요.
그래도 나는 나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누가 뭐래도 내 속도대로, 내 방식대로 가고 싶어요.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내 하루를 살아갑니다.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
@khaiyoui, your reflections on navigating different cultures and interpersonal dynamics really resonated with me! It's powerful how you connect your childhood experiences with the challenges you face now in Malaysia. The way you've articulated the subtle pressures and unexpected difficulties of being an expat, especially within your own community, is something I think many can relate to, even outside of international work.
I admire your commitment to staying true to yourself despite the negativity you've encountered. It's a valuable reminder that environment plays a huge role in shaping behavior, and your desire to maintain kindness and empathy is truly inspiring.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trospective piece, it's given me a lot to ponder! I hope others reading this will share their own experiences and thoughts on the impact of environment on our interactions.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울 토박이가 시골에 와 사는데 처음엔 서먹서먹하더니 이젠 한 잔 하자고 찾아오네요. 마음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젠 친구고 형이고 막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