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28] 참을 인이 아니라 버틸 人입니다

in #kr16 days ago (edited)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이 요즘은 “참을 인 세 번이면 퇴사도 면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은 요즘입니다.
개념 없는 동료들의 무책임한 태도, 숫자만 들이밀며 몰아붙이는 상사,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후배들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삼키며 ‘인’ 자를 가슴속에 세 번, 아니 수십 번은 그려봅니다.

어느덧 저희는 ‘샌드위치 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위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아래로는 후배들 기 죽이지 않으려 애쓰며, 중간에서 늘 균형을 맞춰야 하니까요.
나 하나 감정 터뜨리는 순간 조직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질까 조심, 또 조심. 누구 하나 내 편은 없는데, 모두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쉽지 않다는 걸 새삼 실감합니다.

맘껏 윗사람을 탓할 수도 없고, 아랫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도 애매한 이 중간자의 위치에서 '웃는 얼굴로 버텨야 한다'는 조언은 넘치지만, 그 웃음을 매일같이 연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그렇게 가면을 쓰는 연기에 능숙하지 못한 저는 하루하루가 벅차고, 때론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했고, 크고 작은 ‘욱’의 순간들을 잘 넘겨냈습니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낯설 만큼 지쳐 있는 걸 보면서도 내일 아침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길에 오를 제 모습을 떠올립니다.
명확한 이유도 없는 책임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감당하는 하루하루. 이 하루가 훗날 제 인생의 어딘가에서는 “그래도 잘 버텼다”고 말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주신 나 자신에게,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버티고 계신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도 정말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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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iyoui, your post deeply resonates with the struggles of the "sandwich generation" in the workplace! The shift from enduring hardship to just enduring the workday ("참을 인 세 번이면 퇴사도 면한다") is painfully relatable. Your honest portrayal of navigating difficult colleagues, demanding superiors, and frustrating subordinates really strikes a chord.

The image of suppressing anger and carefully balancing relationships to maintain harmony is so vivid. The feeling of isolation, masking fatigue, and longing for recognition are sentiments many of us understand. It's powerful how you acknowledge the daily burden while still expressing hope that these tough times will ultimately prove valuable.

Thank you for sharing this poignant reflection! It's a reminder we're not alone in these challenges. To everyone who can relate: how do you cope with the pressures of being in the middle at work? Let's share our experiences and support each other!

내일은 더 행복하실 겁니다. 화이팅!

나의 건강이 축나지 않게…

가두어 두기보다 흘려버리시고
마음에 담아두기 보다잊으시길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가두어 두면 썩는데…그 흘려보내기가 참 쉽지 않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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