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49]스위스 여행 7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
스위스 동부의 작은 도시 장크트갈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Stiftsbibliothek St. Gallen)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 중 하나로, 8세기경부터 지식을 보관해 온 역사의 산실이라고 하네요.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전시된 책들을 가까이서 보면, 오래된 양피지에 손으로 정성스럽게 쓰여진 글자들과 채색된 장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화려한 색으로 그려진 고대 필사본의 삽화와 음표들은 “그 옛날에도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답게 책을 만들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듯 보면 단순한 오래된 책 같지만, 그 안에는 천 년이 넘는 세월과 사람들이 남긴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재미있던 건, 서고 양쪽 끝에 있는 웅장한 나무문이었는데요. 그 모습이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진실의 문’과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혹시 작가가 여기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은 단순히 옛 책을 전시해 둔 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곳 같았습니다. 수백 년 전 수도사들이 기록하고 보존해 온 지식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앞에서 현대의 우리가 감탄하고 있다는 점이 참 묘하게 다가왔습니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 인간의 손으로 이어온 역사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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