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63] 스위스 여행 12 산의 여왕, 리기산 : 에벤알프와는 또 다른 평화의 풍경
열차를 타고 오른 리기산(Rigi Mountain), ‘산의 여왕(Queen of the Mountains)’이라는 별명답게 정상에 내리자마자 시야가 확 트였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며 드러내는 푸른 호수와, 그 위로 부드럽게 겹겹이 쌓인 알프스 산맥들. 마치 수채화 한 장 속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에벤알프(Ebenalp)에서 느꼈던 풍경이 투박하고 자연의 거친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면, 리기산의 풍경은 그보다 한결 고요하고 평화롭다. 푸른 초원 위를 유유히 거니는 소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방울소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곳의 평화를 완성시킨다.
정상 근처에는 노란색 이정표가 여러 방향을 가리키며 하이킹 코스를 안내한다. Kulmhütte, Rigi Staffel, Goldau… 이름만 들어도 스위스식 여유가 묻어난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다음엔 어느 길로 내려가볼까 고민하다가도 — 이대로 그냥 멈춰 서서 이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어진다.
이곳의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따뜻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마음이 비워지는 듯하다. ‘여행을 한다는 건 결국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벤알프가 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리기산은 그 속의 평화와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와 초원, 그리고 그 위를 거니는 소들, 이보다 더 완벽한 스위스의 한 장면이 있을까 싶다.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