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67] 스위스 여행 16 시간이 머문 광장, 루체른 와인마르크트 분수에서 마신 한 모금의 역사
루체른 구시가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도시의 중심이었던 와인마르크트 광장(Weinmarkt)에 이르게 된다. 이름 그대로 ‘와인 시장’이 열리던 곳으로, 한때 루체른 시민들의 일상이 가장 활기찼던 곳이다.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와인마르크트 분수(Weinmarkt-Brunnen)는 15세기 중세의 흔적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분수대는 원래 1481년에 세워진 것으로, 당시 루체른의 번영을 상징하던 조형물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복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은 19세기 고딕 리바이벌 양식으로 재탄생했다. 섬세하게 조각된 기둥과 위쪽의 조형물은 루체른을 수호하는 기사 ‘Saint Maurice’를 형상화했다고 전해진다. 장식적인 아름다움 속에서도, 도시를 지키고자 했던 시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중세 유럽에서 이런 분수는 단순히 장식물이 아니었다.
그 시절의 도시에는 현대적인 상수도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분수는 곧 생명선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식수를 얻고, 장을 보며, 일상의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화재가 잦았던 시기에는 소방용수로도 쓰였다. 그러니 도시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렇게 물이 흐르는 분수가 있었다.
오늘날 와인마르크트 분수의 물은 루체른 상수도에서 공급되며, 여전히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하다.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수백 년 전 이곳을 오갔던 상인들과 시민들의 소란스러운 대화가 들려오는 듯하다.
루체른의 분수들은 그저 아름다운 관광 포인트가 아니다.
그 속에는 도시의 역사, 시민의 생활, 그리고 세월의 기억이 흐르고 있다.
지나가던 길에 한 모금의 물을 손에 담으며,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과 사진들은 25년 7월 4일부터 16일 약 2주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했던 꿈같은 스위스 여행을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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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iyoui, your post is a captivating glimpse into the heart of Lucerne! The way you weave history and personal reflection around the Weinmarkt fountain is truly enchanting. The image itself is stunning, drawing us into the scene, and your description brings the square to life – I can almost hear the echoes of the past.
It's fascinating to learn about the fountain's significance beyond just aesthetics; its role as a lifeline for the city's inhabitants adds so much depth. Your closing sentiment, about feeling the city's history with a handful of water, is beautifully expressed.
Thank you for sharing this gem from your Swiss adventure! It's posts like these that make Steemit special. I bet it was quite a trip. Any other must-see locations you'd recommend in Switzerland? I'm sure others are curious as well!
분수가 예술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