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70] 스위스 여행 18 루체른 구시가지의 중심, 시간을 품은 시청탑 Rathausturm
루체른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지붕의 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루체른 시청탑(Rathausturm)이다.
회색 석벽 위로 붉은색의 지붕과 금빛 시계가 선명하게 어우러진 이 건물은, 마치 중세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모습이다.
이 시청탑은 1602년부터 1606년 사이에 건축된 것으로, 바로 옆의 루체른 시청(Rathaus)과 함께 도시 행정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탑의 아래층은 석재로, 위쪽은 붉은 기와와 목재 구조로 되어 있어, 당시 루체른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 특히 시계판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넘어, 태양과 달의 움직임, 낮과 밤의 흐름까지 표시하는 천문시계로서 그 정교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청탑 주변 거리로 발길을 옮기면, 중세 시대의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물들이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카페, 그리고 벽면에 그려진 화려한 프레스코화들이 거리 전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만든다. 거리 곳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16~17세기 상인들의 주택이었고, 지금은 작은 부티크나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특히 시청 앞 광장은 루체른 시민들의 삶이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중심지였다. 장이 열리고, 소식이 전해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던 그곳은 여전히 활기로 가득하다. 탑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든다.
루체른의 시청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시간을 품은 상징이다.
지나가는 바람 속에서도 중세의 흔적이 느껴지고, 오래된 돌벽은 말없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일 같이 변화하는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이렇게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이 글과 사진들은 25년 7월 4일부터 16일 약 2주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했던 꿈같은 스위스 여행을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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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축물이 역사며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