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일상#807] 말레이시아의 저녁, 소금 위에 구운 정(情) 한 접시
한국 복귀를 앞둔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작은 송별 바비큐 파티.
그 속에서 유독 눈에 띄던 한 접시 — 바로 소금에 구운 새우구이였다.
주문한 새우구이야~
굵은 소금 위에 올려진 새우는 노릇하게 익어가며 소리를 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탱글탱글, 씹을수록 바다의 감칠맛이 퍼졌다.
말레이시아산 새우는 열대의 따뜻한 해역에서 자라 단맛이 진하고 육질이 단단하다.
특히 사라왁이나 사바 해역에서 잡히는 대형 타이거프론(tiger prawn)은 그 크기와 식감으로 현지에서도 귀한 손님상에 자주 오른다.
퇴근길, 하루의 피로를 잔뜩 안고 도착한 자리였지만, 새우구이는 그런 피곤함을 단번에 잊게 했다.
쫀득한 식감, 고소한 향, 그리고 소금의 짭조름한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말 그대로 ‘폭풍 흡입’.
식사 내내 밖에서는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그러다 식사가 끝날 무렵, 마치 타이밍을 맞춘 듯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10월의 말레이시아는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
새벽마다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고, 저녁이면 하늘이 조금씩 풀리며 이렇게 고요한 비를 선물한다.
시작은 어색했고, 끝나지 않을 것 나날들에 끝이 다가온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이 또한 끝은 아니겠지.
앞으로 몇 번의 송별회를 더 해야 이 헤어짐이 익숙해질까?
새우꾸이 맛있게 보입니다.
헤어짐은 슬퍼도 새우는 꿀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