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64] 강릉 임당동 성당, 걸으며 마주한 시간의 흔적

강릉 시내를 천천히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건물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대성당처럼 웅장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단아한 분위기에서 묘한 끌림이 느껴졌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곳은 바로 강릉 임당동 성당이었습니다.

임당동 성당은 원래는 1921년에 이철연 프란치스코 신부가 금광리 교우촌에서 사목을 시작하면서 그 뿌리가 생겼고, 여러 차례 장소를 옮긴 뒤 1934년에 현재 임당동 자리에 본당이 자리 잡았대요. 본당이 설립된 이후 강릉 지역의 신앙 공동체 중심 역할을 해왔고,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뾰족한 종탑과 아치형 창문, 그리고 세월의 무게가 묻어나는 벽돌이 단순히 건축물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등록문화재 제457호’라는 이름으로도 남아 있어요.

이 성당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신앙의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해 온 흔적들이 보입니다. 과거에는 성심공민학교와 소화유치원이 운영되며 교육과 복지의 역할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지역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합니다.

걷다 우연히 마주한 이 성당은,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믿음과 일상이 쌓여 만들어진 진짜 강릉의 얼굴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