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68] 고성 송학동 고분군, 시간을 걷는 여행
경남 고성은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와서 마주한 건,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분군이었습니다. 송학동 고분군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고분들이 조용히 줄지어 있는데, 그 자체로 고성의 역사를 증명해 주는 듯했습니다. 화려한 구조물이나 웅장한 전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흙과 돌이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순한 풍경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소가야의 중심지로, 무덤에서 갑옷이나 무기들이 발굴되며 당시 지배층의 삶과 권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흙더미 같던 무덤이 사실은 고대의 전사와 지배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발걸음이 자꾸 멈추더군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고분군을 둘러싼 분위기였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평범한 시골 언덕 같으면서도 그 안에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되니까요.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그 공간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특히 이런 유적들이 단순히 ‘옛날 흔적’으로만 남지 않고, 자치구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며 관광 자원으로 살려내는 것을 보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보존과 활용이 균형을 이룰 때 지역도 살아나고,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성을 찾은 이번 여행은 공룡의 땅이라는 이미지에 고분군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더해 주었고, 앞으로 우리 땅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유적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날의 맑은 가을 하늘과 고분군의 고요함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에 또 고성을 올 것 같은데, 그땐 박물관과 다른 고분 등 다른 장소를 찾아가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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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고분을 보니, 김훈 작가의 소설이 생각 납니다. 현의노래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