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3

in #kr5 days ago (edited)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야외에 온종일 머물러야 했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라 해도, 두렵기만 했다.

커텐 같은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된다는 덧소매로 중무장했으나, 뙤약별 아래 서니 오합지졸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 없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한낮을 버티고 3시가 넘어가자,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갈 줄 몰라보였던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32도, 31도...

마침내 6시 경, 감히 직시할 엄두도 낼 수 없던 태양이 위용을 잃고 고층 아파트 너머로 넘어
가는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모종의 희열을 느꼈다. 몸이 떨렸던 이유는 음악 때문일까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과 싸워 이겼다는 착각 때문이었을까.

피서. 더위를 피한다는 말이다.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자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변했다. 펜타포트가 알려준 교훈이다. 역시 옛 말 틀린 거 없다. 롹윌네버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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