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

in #kr2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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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장면을 굳이 불필요하게 크게, 그리고 오래 보여주는 초반에 이미 이 영화의 '성질 머리'는 예고된 것이었다. 점입가경이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신호였다.

한때 날렸으나 이젠 퇴물 취급받으며 퇴출당하자 젊어지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하는 왕년의 여배우 역할을, 한때 청순한 미모로 세상을 호령했으나 나이 들자 전신 성형까지 감행해 화제가 되었던 데미 무어가 맡았을 때, 이 영화의 외부와 내부는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미덕이 없진 않았으나, 굳이 이렇게 할 것까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후반은 길고 자극적이다. 수위를 낮추고 길이를 줄였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물론 경력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감독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경지다.

이 영화를 여성을 외모로 재단하려는 남성 중심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감상이다. 남자에게 예뻐보이려는 여자들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젊고 예뻐진 주인공이 젊고 잘생긴 남자와 함께 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두 번 모두 성관계를 갖는 데 실패한다. 아마도 이 감독은 차기작에서도 그런 꼴은 못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