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북한산 비봉능선-2 족두리봉(簇頭里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1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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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북한산 비봉능선-2 족두리봉(簇頭里峰)

수많은 거미줄처럼 얽힌 북한산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족두리봉에서 문수봉을 잇는 비봉능선이다. 내가 아는 한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하고 북한산만 27번째였는데, 비봉능선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갔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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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Y는 내가 아는 루트가 아닌 새로운 길로 나를 안내했다. 그녀가 헬멧을 가지고 오라고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북한산 비탐방 코스 입구에는 곳곳에 국립공원 구조대가 있어 장비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지만, 그날은 평일 이른 시간이라 안전 요원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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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위험지역 출입 제한' 표지판을 넘어 족두리봉으로 향하던 중, Y는 이 코스에 위험한 구간이 두 군데 있다며 "나는 괜찮은데 작가님은 너무 위험할 것 같으니 그냥 가자"고 했다. 순간 조금 짜증이 났다. 헬멧은 왜 가지고 오라고 했는지, 일반 코스로도 족두리봉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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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나는 괜찮은데 작가님은 어려울 것 같다"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암벽 좀 탄다고 어지간히 뽐낸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지만,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가이드의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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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암벽 코스로만 다녀 일반 등산객들이 가는 코스는 잘 모른다고 했다. 결국 족두리봉 정상은 올라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족두리봉이 보이는 봉우리에서 Y가 가져온 포도와 빵을 먹었다. 내가 가져간 사과 한 개와 작은 떡 두 개는 그대로 남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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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산에 올 때 최소한의 먹을 것만 챙겨오라는 나의 요청을 항상 무시하고 배낭에 먹을 것을 가득 채워온다. 그날도 얼음에 얼린 콩국물까지 가져왔다. 작은 체구에 큰 배낭을 짊어진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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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簇頭里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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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은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북한산에서 가장 남서쪽에 있는 높이 370m의 봉우리이다. 멀리서 보면 신부가 쓰는 족두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으며, 과거에는 독수리봉, 시루봉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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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와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들(비봉, 향로봉, 문수봉 등)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지하철역(불광역, 독바위역 등)과 가까워 접근이 편리해 가벼운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정상부로 향하는 길에는 가파른 바위 구간이 많아 난이도가 낮지 않다. 특히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등산화보다는 릿지화를 신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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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산행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북한산 비봉능선은 기억하고 있어야 겠어요. 다음에 기회되면 가보려고요.

북한산 최고의 능선입니다.

Absolutely stunning photos, @syskwl! Your narrative of the hike up Bukhansan's Bibong ridge to Jukduribong is captivating. I felt like I was right there with you, experiencing the mix of thrill and slight frustration with Y's "I'm okay, but you might not be" approach. 😂

The visuals are incredible, showcasing the rugged beauty of the Korean landscape. It’s fascinating to read about the history and the name of Jukduribong, too!

I especially love the shot from afar of Jukduribong, highlighting its unique shape. Have you considered capturing a time-lapse video of the sunrise or sunset from the peak? I bet it would be amazing!

Thanks for sharing your adventures and the beautiful scenery! Upvoted and resteemed! Can't wait to read about your next climb! ⛰️🇰🇷

Thank you.

콩국물 까지 얼려서 가져 오는 건
정말 대단 하시내요
산에서 먹을걸 진심으로 대하시나 봐요 ^^

많이 먹지 않고 가져온 걸 대부분 남겨가면서도 항상 잔뜩 가져 옵니다. ㅠㅠ

역시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우오~~~
생각보다 산세가 험하네요,~~~

일반 탐방로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데 클라이머들이 가는 비탐방코스는 아주 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