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나홀로 사패산 등산 후기-4 천국의계단, 만타바위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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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나홀로 사패산 등산 후기-4 천국의계단, 만타바위

오늘도 아침부터 너무 덥다.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열대 어느 나라보다 견디기 힘들다. 습도가 높아 산 초입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윗도리뿐 아니라 바지도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흠뻑 젖어버렸다. 누군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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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관계없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허리 부상으로 3개월 고생한 이후로는 경쟁은 포기했다. 경쟁은 개인 발전의 원동력이고 이 시스템을 통해 국가도 발전했다. 그러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가는 아직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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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골 능선은 거의 평탄하고 사패산으로 가는 사패 능선도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이른 아침이라 등산객이 많지는 않은데, 벌써 사패산에 다녀왔는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두 명 보였다. 나는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편인데, 인사를 해도 대꾸조차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례를 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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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그 친절한 미소 섞인 말 한마디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가끔 산에서 길을 물어보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성을 만날 때도 있다. 저런 여자와 결혼했어야 하는데 하는 심정이 들 때가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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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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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2보루와 제3보루 사이에 있는 바위로 추정된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몸집 작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이다. 뚱뚱한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천국에는 먹을 것이 생기면 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주어버리는 빼빼 마른 사람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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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지고는 통과가 안 되어 배낭을 벗어 놓고 계단을 빠져나갔다. 배낭을 벗고도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왼쪽 팔꿈치가 바위에 쓸려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서야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아직 천국에 가기에는 살을 더 빼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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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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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골 능선에서 사패 능선으로 전환되는 범골 능선 삼거리 가기 전 0.8km 떨어진 부분에서 발견된 바위다. 등산로 상에 위치해 있지만, '매의 눈'으로 살펴보지 않고 땅만 보거나 앞만 보고 가는 사람에게는 절대 발견되지 않는 바위다. 자세히 보면 사나운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나는 '만타바위'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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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다이빙하면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물고기가 만타였다. 2m 이상 되는 대왕쥐가오리를 만타라고 하는데, 만타가 자주 출몰한다는 바다속에서 쥐 죽은 듯 3일을 죽치고 있었지만 그놈은 출몰을 거부했다. 마지막 날 잠깐 보이더니 근처에는 오지도 않고 사라져버렸다. 사진 찍으려고 따라가다 가이드에게 욕만 먹었던, 치욕을 안겨주었던 물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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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 모양에서 만타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 사람은 제대로 만타를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물속을 날아다니는 만타를 밑에서 보면 눈과 코 같은 것이 붙어 있는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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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세가 절경입니다.^^

감사합니다.

천국의 계단은 아예 못 지나갈 거 같습니다 !!
음 ... 천국은 못가는 건가요 ^^

그건 아니겠죠. 그냥 해 본 소리입니다. ㅎㅎ

저는 천국의 계단 지나갈 수 있습니다.

만타하니 사고친 코인이 생각납니다. ^^

만타하고 코인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서로 인사하는 분위기인데 중고딩들은 인사를 하지도 않고 받기만 하는데 그러려니 합니다. ㅎㅎ
저는 절대로 천국의 계단 통과 못하겠네요.

계단으로 못가는 분들은 바위 위로 올라서 지나가야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