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금강산, 해남 달마산-5 귀곡산장(鬼哭山莊)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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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금강산, 해남 달마산-5 귀곡산장(鬼哭山莊)

능선 너덜길을 올라갔다 내려 갔다를 반복하며 체력은 점점 고갈되고 있었다. 몸 속의 수분이 모두 빠져 나간 느낌이다. 옷은 땀으로 목욕을 한 듯하고 흐르는 땀방울이 눈 속을 파고 든다. 연신 작은 수건을 꺼내 딱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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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은 사진 찍기에는 좋았지만, 화살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살갗을 파고 들었다. 7월말 제주 철인삼종 경기의 악몽이 떠올랐다. 무슨 용기인지 시작한지 1년도 채 안 되어 킹코스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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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심한 중문에서의 3.8km 수영은 애교였다. 강한 햇살이 등을 파고 드는 180km 사이클 내내 비 좀 오게 해 달라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한 적은 없었다. 그 기도의 응답은 다음날 오후에나 응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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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마치고는 마라톤(42.195km)을 포기하려 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출발선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에 체면 때문에 억지로 따라 나섰다. '조금만 뛰다가 포기해야지' 생각하며 잔머리를 굴렸지만, 햇빛이 가장 강한 오후 2시, 녹아내린 아스팔트의 찐득한 감촉이 열기를 타고 머리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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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만 10km만 뛰고… 그러다 42,195km를 다 뛰게 되었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죽 하나 받아들고 절뚝절뚝 절면서 피니쉬라인을 벗어나며 앞으로 절대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는데… 84번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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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산장(鬼哭山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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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산장(鬼哭山莊)은 직역하면 "귀신이 곡하는 산 속의 집"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산세가 험준하거나, 깊은 산 속에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산장이라는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거나,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에 있는 외딴 집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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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계곡에 들어섰을 때 첫 느낌이 너무 고요했고, 검은 바위들이 마치 귀신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귀곡산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돌들에 혹시 이름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산속에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흔치 않다. 설악산 공룡능선 중간 쯤에 있는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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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산을 다녔지만 이런 곳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폭염 속 갈증과 허기에 지친 발걸음이었지만, 신선이 살고 있을 듯하고 귀신이 춤추며 나타날 것 같은 이 멋진 분위기가 순간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광대하게 펼쳐진 절경은 20mm 렌즈안에 다 들어가지 않아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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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따라 등산화가 달라져야 한다. 달마산은 바위산으로 크고 작은 돌들이 많아 릿지화를 신고 와야했다. 가벼운 트레일 런닝화는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링을 돌려 신발 끈을 조절하는 'BOA fit system'이 바위에 부딪혀 운동화와 분리되어 버려 걷기도 어렵고 바위를 오를때는 위험하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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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도 뛰어놀 만 하군요.^^

적막이 흐르는 곳입니다. 귀신이 춤을 추면서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철인3종 경기를 84번이나 참가를 하셨다구요 !!
정말 이시대의 철인 이시내요

바위가 많은 산은 편리한 보아 시스템이 되려 불편함을 주는군요

보아시스템이 상당히 약해서 돌많은 거친 산에서는 별로에요.

84번 대회 참가한 철인이라면 귀신들도 알아볼 거 같습니다. ㅎㅎ

ㅎㅎ 귀신이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