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虛虛實實)

in #krsuccess16 days ago

'속임과 진실이 서로 섞여 있다'는 뜻으로, 병법이나 전술에서 상대방을 속여 방심하게 만들거나 혼란스럽게 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허(虛, 비어있음, 거짓)이지만 실제로는 실(實, 가득함, 진실)이고, 반대로 겉은 실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허인 전략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죠. 이 고사성어는 주로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사상에서 비롯되었으며, 전쟁의 지략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손자병법 <허실(虛實)> 편에서는 "싸움에 능한 자는 적을 제압하고 적에게 제압당하지 않는다(善戰者,致人而不致於人)"라고 말합니다. 이는 주도권을 잡고 적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적의 허점을 찔러야 하는데, 그 허점을 찾기 위해서는 적의 실체를 허로 위장하고, 자신의 허를 실로 보이게 하는 기만 전술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군이 병력이 적을 때는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적을 두렵게 만들고, 반대로 병력이 많을 때는 소수인 것처럼 보여 적이 방심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동쪽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나, 병력이 없음에도 성문을 활짝 열어 적을 의심하게 만드는 공성계(空城計) 등도 허허실실 전략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도 제갈량이 조조의 대군을 상대로 공성계를 펼쳤을 때, 성문을 활짝 열고 자신은 태연히 거문고를 타는 허를 보여 조조가 매복을 의심하게 만들어 퇴각시킨 장면이 바로 허허실실의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허허실실은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하고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혼란을 야기하며, 결국에는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승리를 얻는 고도의 지략을 상징합니다. 이는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협상, 경쟁, 심지어 일상생활의 지혜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사고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