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복론천(秦宓論天)

in #krsuccess2 months ago

유비가 이릉대전에 대패한 후 백제성에서 죽고 그의 아들 유선이 제위에 오르고 제갈량이 나라를 다스릴 때, 진복은 거듭 승진하여 대사농(大司農, 오늘 날 농림부장관)에 올랐다. 박학(博學)하고 임기응변(臨機應變)이 능해 진복은 재사(才士)라는 칭송을 들었다.

223년 촉나라와 오나라가 다시 동맹관계를 회복하자 그 다음 해에 오의 사신 장온(張溫)이 촉나라에 왔다가 귀국할 때, 많은 문무백관들이 모여 송별회를 열었는데 진복은 참석하지 않았다. 승상 제갈량이 진복에게 참석토록 연락했는데, 그때 장온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물으니, 제갈량은 익주 출신의 학사(學士)라고 답했다.

진복이 늦게 참석하자 장온이, "그대는 학문을 배웠소?"라고 물으니, 진복은 "어린 아이조차 공부를 하는데 어찌 배우지 않았겠소."라고 말했다.

장온이 다시 "하늘에 머리가 있소?"라고 물으니, 진복은 이렇게 답했다. "서쪽 방위에 있습니다. 시경(詩經)에 보면, '서쪽을 돌아본다.'라고 했으니 이것으로 미루어볼 때 하늘에 머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물론 촉나라가 오나라 서쪽에 있으니 머리에 해당하는 어른임을 강조한 대답이었다.

이어 장온이 말하길, "하늘에 귀가 있소?" 하자, 진복이 "하늘은 높은 곳에 있어 낮은 곳의 소리를 듣는다고 했고, 시경에 보면, 학(鶴)이 깊은 연못에서 우는데 소리가 하늘까지 들린다고 했으니 하늘에 귀가 있다는 뜻이지요."라고 말했다.

장온이 또 묻기를 "하늘에 성(姓)이 있소?"하자, 진복은 "성이 있는데 그 성 씨는 유(劉) 씨 입니다. 천자의 성이 유 씨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물론 이는 촉나라를 세운 유비(劉備)가 한(漢) 제국을 건설한 유방의 후손임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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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novella 님의 이번 포스팅,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삼국지 속 진복이라는 인물의 재치와 기지를 엿볼 수 있는 일화를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내시다니! 장온과의 대화에서 보여주는 순발력과 유머 감각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특히, 하늘에 머리가 있냐는 질문에 촉나라의 위치를 빗대어 답하는 부분은 정말 센스 넘치네요! 👍

이런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쉽게 풀어 설명해주셔서 삼국지를 더욱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진복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저도 다른 의견들을 통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