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다는 건 웃기지

in #krsuccessyesterday (edited)

“우리가 이겼어. 팝. 이긴다는 건 웃기지. 누군가는 지는 거니까.”

좀 뜬금없긴 했지만, 별생각 없이 보던 영화의 말미에 툭 튀어나온 이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무장을 했거나 무기를 다루는 훈련을 한 남자들이었다. 이 전통은 고대 그리스 군대에서 비롯되었다. 로마에서도 100명의 군인들로 이루어진 ‘100인조’라는 회의체가 다수결로 결정을 내렸다. 고대 군대는 지도자를 다수결로 뽑았다. 의견이 60:40으로 갈리면 60의 의견을 따랐다. 양쪽이 동등한 무장 상태라면 숫자가 많은 쪽이 전쟁에서 이기기 때문이었다.

투표는 승패를 결정한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지는 것으로 ‘보이는’ 공공경쟁을 조장한다.

이번 학기 상대평가는 ‘운이 좋게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A, B, C학점을 나누는 경계마다 마치 누군가 안배라도 한 것처럼 결석이나 지각한 학생이 딱 한 명씩 있었다. 다행이었다.

결석과 지각한 학생들을 보며 다행이라고 느끼는 선생이라니. 누군가가 ‘정당하게’ 지는 것에 안도하는 선생. 영화 대사처럼, 상대평가는 웃기는 짓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