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6. 탈옥

in #krsuccess7 hours ago

집안의 창문을 빠짐없이 닫고 형광 노란색 귀마개를 귓구멍 속에 깊숙이 끼워 넣는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유롭다고도 느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귀마개 하나로 나 자신을 바깥세상과 격리할 수 있다는 건 마법 같은 일이다. 이 귀마개를 만든 사람이 고맙다. 스스로 내가 만든 감옥에 들어가야 이 세상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대가가 따른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귀마개의 압력으로 귓구멍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탈옥 시간은 한계가 있다. 평온과 자유는 고통을 지불해야 잠시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