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병의 이야기(9)

<세계전투사를 바꾼 6.25 춘천전투 3일(8)>

아군은 아주 일찍이 철수 하였는지 비어있다. 인민군들은 아무 저항없이 산을 넘고 넘어 이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적 전차가 쏘는 것도 보았다고 하산하면서 병사과 같이 뛰어 가고 있다. (후일에 고태석 중위는 부산시에 있는 육군 세탁중대장이 되었다.) 더 묻고자 해도 손사래 친다. "전선에는 인민군이외에 아군은 없다고 후퇴하라"고 큰소리가 끝이었다. 이를 어떻게 하나... 바삐 되돌아가고 있는데 신동중교앞 농가 구석진 곳에서 망가진 아군 대전차포 한대가 있지 않는가?

음, 그렇다면... 나는 생각하건데 벌써 진격하여 오고 있는 적 전차와 아군 대전차포 사이에 한바탕 격돌한 것 같았다. 농담이지만 전차와 대전차포가 서로 맞싸우면 어느 쪽 이길까?... 하면... 답은 먼저 발견한쪽이 이긴다고 그랬다. 우스갯 소리긴 하지만, 일리가 있구나! 관측 하사관과 말 나누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차와 대전차포외의 포격 소리로 거리마다 인기척이 없으며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상가 농가 학교 등 할 것 없이 폐문, 철시 상태다. 나는 초속도로 춘천을 향하여 달렸다. 지나가며 보니 우리가 주둔해 있던 포 부대는 텅텅 비어 있었고 천막들이 훌훌 날리며 폐가다. 소양교를 건너서 경찰지소 문전 앞마당에 "신북읍 신동"에 적 전차를 향하여 아군 대전차포(57미리) 일(一)대를 방열하고 있었다. 웃통을 벗은 채 심일 중위님은 나를 보고 임마 이제 오냐? 잘못된 것 아닌가 걱정했다. 고 중위님을 만났다고 말씀 드렸다. 지금 적 전차 동태가 어때? "신동삼거리 그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동네는 개 한마리 개미하나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나는 그 길로 바로 옆 가파른 봉의산 301고지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