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병의 이야기(10)
<세계전투사를 바꾼 6.25 춘천전투 3일(9)>
관측소(OP)로 정하고 산봉우리로 겨우 힘들게 올라걌다. 전투에서 가장 공포의 대상은 적 전차다. 나는 처음은 적 전차를 파괴할 목적이었다. 올라가 보니 전망은 훤하다. 날씨는 흐리고 우중이지만 멀리까지 잘 보였다. 춘천호 부근까지 가까이 보인다. 두루 두루 살펴보는데 쌍안경에 비친 것이... 이게 뭐냐! 난데없이 인민군이 수백 명이 춘천을 향하여 서면앞 푸른 벌판을 총 한발 쏘지 않고 돌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때가 06:30분경 지났을까?
유유히 걸어서 "상중도" "가네 모네"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큰일 났다. 어디 연락 할 곳도 떠오르지 않았다. 손쓸 방법이 없구나! 또 "모진교"쪽 부근에서 적병이 몰려오고 있다. 나는 아연실색! 어쩔 줄 몰랐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군의 그림자 조차 없다. 당황했다. 적병은 사방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 혼자 외톨이로 어찌하나 망설이며 막막했다. 정말 누란의 위기다.
지휘관이던 장교던 단 1명도 없으니... 나는 적의 포진지와 적 전차를 어떻게 부수느냐 그 생각뿐이었는데 또 한 번 놀랐다. 산으로 오르는 그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 위기일발에 이르렀다. 전차 파괴보다는 우선 다가오는 적 보병부대부터 격퇴해야 하겠다는 결단으로 바꾸었다. 나는 즉시 무전병에게 포대를 불러라 무전이 안통하면? 모두 박살난다! 만사 끝이다!!
걱정이 태산, 막막하여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SCR-300 무전기 통합니다! 하는 무전병의 격한 소리다. 야! 됐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든가? 이젠 살 수 있다. 용기백배 어디 싸워보자! 그런데 왜 무전기 점검을 안했을까? 정신나갔나봐... 포대와 관측소 사이 사전에 무전기와의 주파수를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연습할 때 것 그대로 둔 것이 통화된 것이다. 무전병 대답이다.(빗물 들어 갈까봐 포장한 그대로 두었다고...) 뭐니 뭐니 해도 무전기 통화는 일등 공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말 고맙다. 운불천부(運不天賦)!! 곧 운명의 길함과 흉함은 하늘이 말한다는 뜻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