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209
2025.7.27(일)
어제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아웃랜더' 시즌 2를 보다가 늦게 잤더니 오늘 10시쯤 잠에서 깼다. 두달 전쯤 큰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시즌1을 다 보고, 시즌 2부터는 아껴보는 중이다. 그런데 어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연달아 세 편을 보고 새벽이 되어서야 정신차리고 잤다. 거기 나오는 여주인공인 클레어와 그녀의 남편 제이미는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1인 2역을 하는 Mr. 랜들도 볼수록 감탄하면서 보게된다. 참 재미있는 드라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이제 왠만한 유튜브는 다 본것 같다. 국제정치, 국내정치, 경제 이런 분야는 이제 하도 봤더니 거의 중복, 재탕이 대부분이라 지겹다. 요즘은 오히려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건강유튜브를 보면서 라면 하나 끓여 먹었다. 유튜브에서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신체나이를 느리게 가게 하려면 매일 신체을 깨우는 간단하지만 활기찬 운동을 해야 한단다. 자다가 일어나서 몸도 몽롱한 상태일텐데 이 몸에다가 라면을 쑤셔넣고 있는 내 자신이 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양치하고 바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근력은 최소한으로 한다. 너무 용을 쓰면서 운동을 하니까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아서 유산소, 스트레칭, 스쿼트 위주로 운동한다. 원래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하는데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MC더 맥스, 박효신, 윤종신 노래를 들으면서 했다. 몇년만에 들었다. 노래도 흥얼거리면서 한시간정도 신나게 운동을 마치고 걸어나왔다. (대낮에 에어컨도 없어서 헬스장에는 나 혼자.) 이어폰에는 윤종신의 '좋니(2017)'가 흘러나왔다.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부분이라 목을 가다듬고 따라부를 준비를 했다.
혹시 잠시라도 내가 떠오르면 걘 잘 지내 물어 봐줘
잘 지내라고 답할 걸 모두 다 내가 잘 사는 줄 다 아니까...
(윤종신, '좋니')
순간 감정이 울컥했다. 이게 뭐지. 나 진짜 잘 지내는데. 왜 눈물이 나지. 내 감정을 내가 놓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제 할머니 건강소식을 들어서 그런가. 요즘 할머니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이제는 헛것을 보신다고 했다. 한국에 가봐야 하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뵈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것 때문이 눈물이 났을까. 이번에 한국 가보니까 엄마도 할머니 모시느라 얼굴이 반쪽이 되셨던데. 그게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을까. 아이들 커가는데 옆에서 안아주고 응원해주지 못해서 항상 안타까운데. 그것 때문일까. 나는 여기 이곳에서 마음이 편치 못하다. 내가 있을 곳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한국인데, 여기서 나 혼자 뚝 떨어져 있는 외로움, 도와주지도 못하는 미안한 마음. 이런 마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북받칠 정도인 줄은 몰랐다. 이 계약만 끝나면 꼭 한국에 가야겠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가족들 옆이다.
할머니 돌아가신지 5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간혹 할머니 생각하면서 혼자 눈물을 훔칩니다. 이제 할머니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식구들 모여 앉아도 할머니 추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구요. 저의 기억속에만 살아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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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인 줄 알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