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210

in #lifeyesterday (edited)

2025.7.29(화)

요즘 돈이 없다. 이사를 대비해서 예비비를 모아둔다고 모았지만, 생각보다 돈 들어갈 일이 많다. 특히 아이들 관련해서 학원비, 운동비, 핸드폰비, 교복비... 사실 거의 대부분 비용이 아이들에 쓰인다. 그러다보니 양가부모님께 드릴 돈이 없다.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부모님들 매월 드릴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봐야지.

돈에도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내 지출기준에 죽고사는 필수비용. 가족의 의식주, 부모님 용돈은 필수비용에 속한다. 부모님들은 돈이 없으면 힘이 빠질 수 있으니까. 그 다음이 자기개발비, 아이들 사교육비. 그리고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 가구나 전자제품(신제품), 간식, 여행, 취미활동 등이 그 뒤를 차지한다. 아내에게 가능한 필수적인 것 위주로 비용을 지출하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길 때까지 비필수비용은 뒤로 미루자고 했다.

돈 버는 것에 대해 나는 별로 치열하지 않다. 살아가는데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할까. 별것 안해도 나는 사는게 재미있는데. 무엇때문에 쓸데없이 낭비하고, 그 돈을 버느라 개고생을 하나. 없으면 안쓰면 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그리스식이나 고딕양식의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날품팔이가 가장 자유스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직업은 한 사람 먹고사는 데 1년에 30일 내지 40일만 일하면 된다. 게다가 그의 일과는 해가 지는 시점에 끝나며, 그 후의 시간에는 자기 노동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이 궁리 저 궁리를 해야하는 그의 고용주는 1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는 것이다.

소로우의 이 글이 정확히 내 마음과 일치한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들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책처럼 생활할 수는 없지만. 가족들 건사하는 문제만 아니라면 간단한 알바라도 하면 사는 게 문제가 될까. 언젠가 어머니와의 통화 중에 늙으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병원비 많이 나간다고 하시긴 했지만. 그래서 신체나이를 낮추려고 간단하게나마 꾸준히 운동한다. 취미도 책 읽는거라 도서관 가면 되고. 글쓰는 건 스팀잇에다 쓰면 되고. 한국가면 매일 산책하고 명상하고. 술, 담배 안하고. 1일 1식하고. 아무리 봐도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언젠가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만, 아내는 서운해했다. 자기 생각은 안하냐며. 나이들면 같이 여행가고 골프도 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때되면 또 그때 상황에 맞춰서 그렇게 살면된다. 내 생각이 바뀔수도 있고. ㅎㅎ

#life #mexico #krsuccess

Sort:  

보험일을 하던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장 돈많이 버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1일 1식을 하신다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먹는 것 참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의 목표는 몸과 마음의 노화를 가능한 느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