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역사 #1

2025.9.25(목)

아이와 함께 역사공부 '신항로 개척과 유럽 지역 질서의 변화'를 하고 있다.
신항로 개척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걸쳐 유럽인들이 아시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찾기 위해 진행한 탐험이다. 콜럼버스와 바스쿠 다 가마 등의 항해사들이 주도했는데, 처음에는 아시아의 향신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세계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1)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 파괴, 2)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금, 은으로 유럽사회의 물가 상승, 봉건사회의 쇠퇴, 식생활 풍족으로 인구증가, 3) 아프리카 노예를 아메리카로 이동이다. 이렇게 유럽(자본) - 아프리카(노동력) - 아메리카 (농장)의 유럽중심의 삼각무역망을 형성했다.

^{신항로 개척 이후 유럽의 물가와 인구변화}

16세기는 특히 스페인에서 아메리카의 은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유럽 전반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옥수수와 감자 같은 신대륙 작물이 넘어오면서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고, 유럽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를 야기시켰다. 반면, 신항로 개척으로 세계 경제는 유럽의 대서양 연안 국가들 (포르투갈, 에스파냐, 영국,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그동안 아시아와 서유럽 사이의 무역 교두보 역할을 하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이슬람 상인들의 세력은 쇠퇴했다.

또한, 유럽국가들의 신항로 개척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확장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초래했다.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를 잇는 최초의 본격적인 세계화를 일으켰으며, 이를 통해 유럽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경제적으로 번영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들은 노예화되고 착취당했다.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신항로 개척과 같은 대규모 해양탐험이 없었을까?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보다 80년이나 앞선 중국 명나라 제 3대 황제 영락제 시기에 (15세기 전반) 정화의 대원정이 7차례나 있었으나 이는 명나라의 위세를 해외에 과시하고 주변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아 중화질서를 확립하려는 목적, 즉 정치적, 외교적 목적이 컸다. 그래서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았고 막대한 원정비용만 소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양탐험이 중단되었다. 또한 중국은 이미 아시아 내부에 광대한 교역망이 있었고, 자체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해상교역이 불필요 했다. 명나라 정화 대원정이 계속 이루어 졌다면 과연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풍족은 사람을 그곳에 머무르게 하지만, 결핍은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