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223
2025.9.2(화)

출발하는 날 아침, 8시30분에 픽업차량이 숙소로 오기로 예약이 되어 있어 8시 15분부터 밖에 나와 기다렸다. 일찍 일어난 뻬까가 나비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풍경이 정겹다. 이제는 이 모습도 마지막이구나. 일요일 아침인데 동료직원이 마직막 인사를 한다고 배웅을 나왔다. 고맙다. 잘 지내길.


숨은 보석같은 해변을 지나고, 선인장이 우거진 숲속을 지나 3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코르테스해 해변은 수심이 얕고 흰모래 때문에 에메랄드 빛이 나서 아름답다. 그리고 선인장은 너무나 크고 웅장하다. 차에서 내려 이 굵고 거대한 초록색 생명체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면 내 자신이 먼지같이 매우 작아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공항은 매우 작다. 그래도 나름 국제공항이라 미국 LA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오늘은 만석이다. 미국인들이 95% 이상인 듯 하다. 몇일 전 항공사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혹시 예약 하루 전날인 토요일로 비행스케줄을 변경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행 연결 비행편도 있어서 괜히 스케줄을 변경했다가는 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메일을 무시했다. 그러다가 항공사 예약앱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미확정 좌석이 세 좌석밖에 남아 있었다. 아마 항공사에서 일요일 항공기를 오버부킹 했고, 한쪽 비행기로만 승객이 몰리니까 비행편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것 같았다. 좌석을 미리 확정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못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100불을 더 내고 얼른 좌석을 확정했다.


정시에 비행기가 출발하고, LA에 잘 도착했다. 돈을 좀 더 내고 좌석을 잡았더니 프리미엄 좌석이라 앞좌석과의 간격이 좀 넓었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다. 미국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 이륙할 때 잠깐 졸다가 깨서 프리첼과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금방 미국에 도착했다.



아내가 준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LA공항 면세점을 돌아다녔다. 미션 클리어!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오믈렛을 먹고, 영화는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을 시청했다. 남자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여자 목소리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가 너무 매력적이고 좋았다. 오래된 영화지만 요즘 시대상황을 너무나 잘 반영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정말 AI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실제로 사람이 적은 댓글보다 AI가 적은 댓글이 대중에게 더 많은 공감을 받는다고 한다. 정말 AI 애인, 반려봇이 내 곁에 있으면 어떨까. 표면적으로는 오히려 자아를 가진 사람보다 AI로봇이 더 좋을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속 깊은 내면속 공허는 그 로봇이 채울 수 없을 것 같다. 대부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겠지만 아마도 인간의 공허함을 채우는 분야는 오랫동안 대체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가 느낀 것처럼.





새벽 5시. 한국도착. 그래도 공항버스가 바로 있어서 편안하게 집에 갈 수 있었다. 아침해가 찬란하게 떠올랐다.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너무 좋다. 이제 곧 가족을 만나고, 같이 산다. 오래 떨어져 살았더니 이 당연한 행복이 너무 간절하다.


집에 와서 부모님과 처가댁 식구들에게 안부전화를 돌리고, 아내가 출근전 준비해 준 샐러드를 냉장고에서 꺼내 먹었다. 삼겹살과 된장찌개도 있었는데, 그건 별로 입맛에 당기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서 조금 쉬다보니 어느새 아이들과 아내가 집에 도착했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내의 얼굴이 힘들어 보였다. 마음이 아프다. 오늘 첫날이니까 외식할까. 야들야들한 족발. 맛있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무튼 이제부터 내가 아내를 좀 더 잘 보살펴야 겠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0.00 SBD,
1.12 STEEM,
1.12 SP
족발보니 한국에 오신게 맞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0.00 SBD,
0.00 STEEM,
0.19 SP
멕시코도 족발 같은 음식이 있긴 한데, 한국이 훨씬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ㅎㅎ
귀국을 축하드립니다.
0.00 SBD,
0.09 STEEM,
0.09 SP
감사합니다. 많은 분이 축하해 주시니 좋네요.ㅎㅎ
무사히 한국으로 오셨네요...
미션도 완수 잘하시고 ^^
역시 족발에는 막국수죠~~~
0.00 SBD,
0.09 STEEM,
0.09 SP
잘 도착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