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7 우크라이나 전쟁양상과 미국의 망상, 한반도 안보정책과 한국의 주도권 문제

in news 지정학과 세상읽기yesterday (edited)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필자는 줄곧 이 전쟁이 미국패권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고 중국에 집중한다는 제스츄어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상황을 크게 오판하거나 아니면 억지로 상황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파크로프스크(크로스노아르메이스크)가 포위되어 함락직전에 처해 있다. 이번 파크로프스크의 함락은 이전의 공성전과는 전술적, 작전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파크로프스크의 함락은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2014년이후 구축했던 방어선의 최종 마지막 지점이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크로프스크 이후에는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넓고 광대한 스텝지역만 존재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도시와 촌락이 방어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할 수 있는 거점이 없는 것이다. 파크로프스크 이후에는 방어거점이 거의 없이 노출된 상황에서 방어를 해야한다.

방어는 공격보다 강력하다. 그것은 생존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노출되어 공격하는 것보다 숨어서 방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공격에서 성공하려면 3:1이니 6:1의 우위가 필요하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러시아군 전술에서 특정지역에서 성공적인 돌파를 위해서는 9:1까지의 우위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는 것은, 그들이 겪은 전쟁경험의 산물이다. 파크로로프스크가 함락되면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의 유리함을 제공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미국은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리하는 것이 급해졌다. 트럼프는 푸틴과 젤렌스키에게 휴전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중에서의 휴전이라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제공권을 완전하게 장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이 거의 소진되었다. 러시아는 하루에 1000대 이상의 게란 드론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때리면 맞는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미국의 공중전쟁 휴전요구를 일축했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마자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는 방식의 전쟁종결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예측한적이 있다. 그 예측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러시아가 파크로프스크 점령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정도다. 첫번째는 러시아군이 파크로프스크 점령이후 우크라이나의 종심으로 계속 진출하는 것, 두번째는 일단 진출을 멈추고 슬로뱐스크와 크로마토르스크로의 공세를 강화하는 것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파크로프스크가 점령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일각에서는 젤렌스키를 제거하고 잘루즈니를 내세워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같은 상황에서 젤렌스키를 제거하면 우크라이나는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를 통제하거나 장악하기 어렵다. 만일 미국과 영국이 젤렌스키를 제거한다면, 월남전에서 고딘디엠 제거이후 발생한 것보다 훨씬 혼란스러운 우크라이나 붕괴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결말이 뻔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의 일각에서 젤렌스키를 잘루즈니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전선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 공세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은 급속도로 빨리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도위시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미국이 대책없이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을 내버려두면,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나면 동구전체의 힘의 균형이 바뀐다. 곧바로 그 영향은 코카서스로 넘어갈 것이다. 카스피해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이나, 조지아 문제가 러시아의 다음 관심사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정하고 나면, 미국은 유럽에서의 발판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치질서는 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입과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게 정말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이후 유럽의 안보질서를 어떻게 미국에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문제는 한참 후순위다. 그리고 한반도 안보문제도 당면과제인 우크라이나전쟁에 비하면 중요도가 떨어진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 한반도는 현상유지만 해도 되지만, 우크라이나 문제는 뭔가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이 위태로워진다.

이미 동유럽과 중부유럽 국가의 상당수는 러시아와의 관계정상화를 언급하고 있다. 독일도 집권당이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의 기층대중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독일이 관여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독일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정권이 '독일을 위한 대안'으로 완전하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국방차관이 한국이 한반도 방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하고 국방비 지출로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담당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한국군은 이미 조선의 침략을 막아낼 충분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한국군이 조선군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다만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이 느릴뿐이다.

조선의 핵무기는 군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조선의 핵무기를 억제하는 방법은 두가지밖에 없다. 첫번째는 핵으로 억제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상호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기댄다고 하는 것도 제대로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남북한 군사충돌이 발생하여 조선이 핵무기를 사용할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위해 미국의 멸망을 감수하고 조선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게 보면 미국의 확장억제라는 말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결국 조선핵무기로 초래되는 위협은 남북간 적대적 관계의 해소와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필자가 '인문지리적 억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차관이 한국군에게 국방비지출을 늘리라고하는 것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는 미국 무기를 구매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조선의 재래식 군대의 위협을 위해서라면, 한국군은 더 이상 국방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은 미군무기를 더 이상 도입할 필요가 크게 없다. 이미 F-35 는 가성비가 너무 나쁘다. F-35는 더 이상 스텔스기라고 불릴수도 없이 다 탐지가 된다. SM-3와 SM-6같은 미사일도 한국에게는 별로 필요없다. 현재의 한국이 처한 안보상황에서 그런 무기들은 사치품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권은 8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중국개입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한국에게 국방비를 늘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개입을 위한 준비를 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한반도 방위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은, 한국이 한반도 안보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이 한반도 안보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는 가장 첫번째 우선적인 노력은 남북간 적대관계의 해소이다. 그것이 정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