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27 미국의 의도 그리고 한국의 대응, 키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과 관세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미국에 대해 일방적인 양보와 굴종을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이재명도 주변의 그런 세력에 둘러싸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과정에서 미국과 일정한 협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성락과 같은 인물의 중용을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이 미국에 대한 복종과 굴종의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중심적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미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패권적 지위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의 친미주의자들은 즉각 돌아서서 가장 치열한 반미주의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가장 충실한 친중주의자로 변모할 것이다. 그들은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생존하려면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판단하여야 한다. 냉철한 정세분석과 판단능력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협상은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상당부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왜 이런 정책과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오늘날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약탈적인 대외정책과 관세정책은 트럼프 개인의 성향 때문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몇년이후 트럼프가 물러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지금과 같은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트럼프가 미국의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정책을 바꾸었고 그런 정책을 이끌고 갈 인물이 트럼프로 선택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을 두고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과거의 패권국가 지위로 돌아가기 위한 것, 둘째는 과거의 패권국가 지위를 포기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치질서에 순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일 가능성이다. 필자는 미국이 두번째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직까지 누리고 있는 패권적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유럽과 일본과 같은 하위파트너 그리고 한국과 같은 말단의 파트너를 최대한 쥐어 짜내서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능등적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제일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여 유럽의 안보질서가 새로 편성되면 미국은 유럽에서 패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이후에는 태평양과 동북아지역에서도 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의 미국이 어떤 의도와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미국의 미래는 현재 미국의 정책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다. 제일먼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은 더 이상 페트로 달러에 입각한 기축통화의 지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석유는 위완화와 여타 국가의 통화로 거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약달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더 이상 무역적자를 용인하면서 기축통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 어떤 국가도 무역적자를 용인하면서 기축통화체제를 유지할 수없다. 그것은 미국이라도 마찬가지다. 중국 위완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하겠다. 중국이 위완화 국제화를 말하면서도 기축통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도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당분간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도 미국과 같은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패권을 상실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으로 흑자를 달성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은 트럼프 뿐만 아니라 미국 기득권 대다수의 구상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정책의 전부는 미국이 다시 산업생산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적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의 협상에서 추구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 정도가 아닌가 한다. 첫째는 미국에 생산능력을 다시 건설하기 위해 과거 동맹국의 생산능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관세는 이를 위한 정책의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둘째는 일본과의 협상에서 보듯이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강요함으로써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최대한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는 것일 것이다. 결국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체제전환을 위한 불쏘시게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미국이 최근 동북아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운운하고 대만에서 군사적 위기를 고양시키는 의도는 분명하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일본과 한국을 묶어서 꼼짝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조금만 눈을 떠서 보면 이미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상식적으로 본다면 대만 문제는 이슈가 되지도 못한다.

이미 무너진 동북아 및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우위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원 씨어터니 뭐니 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 이미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북아 및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무너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동원한다고 해도 중국의 군사적 확대를 상쇄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을 핵무장시키는 정도의 대책이 아니고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란 점에서 미국 및 일본과 상당히 다른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서해에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인후부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다. 미국 국방부와 장군들이 한국을 미국의 항공모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른 미국이 여전히 한국이 어떤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은 적어도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국이 서해를 봉쇄하면 중국은 대만해협 봉쇄 이상의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은 중국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말하는 '원 씨어터'와 같은 구상에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 바로 이점을 강조하고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안보적 보장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게 미국의 안보에 있어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적 양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협상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재명 정권이 미국에 굴복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더 급하다. 절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한국은 이번 관세협상에서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을 상실하면 미국은 예상치 못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뚝심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변의 친미매판세력의 주장에 끌려다니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