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6 미국은 왜 패권을 상실했는가? 층위가 틀린 전략적 대응방식

국제정치적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미국은 패권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실했다. 미국은 자신이 구축한 국제정치질서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국으로서 미국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상실했고, 희미한 영향력의 그림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앞으로 역사학자들은 왜 미국의 패권이 이토록 급격하게 붕괴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처럼 가장 강력한 제국이 이토록 급격하게 빨리 붕괴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제까지 미국이 왜 이토록 급격하게 패권을 상실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군데군데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런 생각을 좀 더 정리해보고자 한다.

현상으로 미국이 붕괴하게 된 가장 우선적인 요인은 미국 국가채무의 증가이다. 9월 현재 미국 공공채무는 37조 2천억 달러를 넘었다. 이 채무는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정부수입을 늘이기 위해 관세를 부과했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국가채무 때문이라고 하겠다. 미국 국가채무가 지금처럼 천문학적 수준이 아니라면 무리를 하면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채무가 증가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필자가 제일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자본이 국가채무를 일으켜 여기에서 수익을 거두는 자해적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수차례의 전쟁을 통해서 엄청난 국채를 발행하고 그로 인해 미국 자본은 수익을 거두었다. 미국 자본은 국가라는 중단단계를 거처 미국 대중을 직접 착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무리를 두고 있는 대외정책도 사실상 미국 국가채무로 인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필자는 미국이 대외정책을 구사함에 있어서 엄청난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실책도 결국은 국가채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외정책도 결국 국내경제상황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의 경우는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저지른 대외정책의 실책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적인 대응이 아니라 경제적인 대응을 시도했다. 미국은 차원이 다른, 즉 차원이 틀린 대응을 한 것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군사행동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소련시대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라 무자헤딘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전투행위 때문이었다. 소련을 굴복시킬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의 군사적 우위 때문이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굴복시켜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으로 러시아를 전쟁에서 패배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차원이 틀린 대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패배로 몰아갔다.

러시아는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전황에 모든 노력을 집중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차이가 미국을 패배로 몰아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본다면, 이는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눈이 맑지 못하다는 의미다. 물론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이는 미국의 패배인 것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뗀다고 하면서 마치 제3자연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만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대응을 경제적 차원으롤 대응하면서 실패했다면, 중국과 의 관계는 정반대의 경향을 띠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우선적으로 경제적인 경쟁이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기여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을 지금과 같은 거인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중국이 이렇게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전적으로 미국 자본이 지나친 수익을 거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국가전략의 부재 때문에 지금과 같이 500년이상 지속될 수 있는 패권을 급격하게 상실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본취지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게 동맹현대화를 강요하고 국방비를 증액해서 미국 무기를 사라고 하는 것도 한국군은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원정작전 능력을 구비하라고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One Theater 사령부를 일본에 설치하고 나토를 아시아까지 확대한다는 구상도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여 중국의 경제력을 약화시킨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는 경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는 군사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은 러시아 문제를 해결할때와 똑같은 의미에서 중국에 대해 잘못 대응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를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응의 층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은 성공할 수없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했다면,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과 결합해서 중국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했다. 미국 혼자 할 수없으니 유럽, 일본, 한국 그리고 원료보유국가들과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했다. 한국,일본, 독일 등의 국가가 중국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했어야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현재 트럼프의 정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전히 한국의 소위 전문가나 언론인들은 미국을 오류가 없는 국가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강대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처럼 많이 실수를 하고 틀린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도 없는 것 같다. 패권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저지를 실패가 그리 강력한 효과를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패권을 장악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한번의 실패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은 한번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실패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옳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겠다. 미국은 너무 틀리고 잘못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패권을 상실한 것이다. 적어도 미국과 같은 정도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면 앞으로 수백년 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다시는 과거와 같은 패권적 지위로 돌아갈 수 없다. 미국 패권이 붕괴된 것은 잘못된 국가전략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