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22 미국의 이란 공습, 평가와 전망 그리고 주도권의 전환

먼저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자.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다. 이란의 핵심 핵시설로 알려진 포르도에 벙커버스터 6발과 토마호크 30여발을 발사했다고 한다. 공습을 마친 미국 폭격기는 모두 이란을 이탈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전쟁은 끝났다며 이란과 대화를 요구했다.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에 제한적인 피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말하는 '제한적인 피해'는 중의적 의미를 띤다. 말그대로 별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해석할수도 있고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평가할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미국의 계산처럼 영구불능의 상태인지는 두고 보어야 할 것이다. 토마호크는 아마도 출입구와 기타 부속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미국이 이란의 포르도를 공격한 이유와 목표를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이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종식시켰다고 하기는 상당히 미흡하다. 이란이 밝힌바 있지만 중요한 핵물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번 공습의 문제는 이란이 차후 핵개발에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란은 자신의 핵프로젝트에 IAEA의 감시와 참관을 거부할 것이다. IAEA의 자료는 모두 미국의 폭격을 위한 정보로 활용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란은 핵개발에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란은 국제기구의 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공식적으로 핵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 필자는 이란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이미 핵폭발시험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있었고, 이란은 이미 80% 이상의 핵농축에 성공했다. 무기급 농축에 성공하고 핵실험까지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사실상 NPT체제는 종말을 고한 것 같다. 이란은 자위권적 조치로 핵무장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는 세계 각국이 핵무기를 만드려고 할 것이다. 국제정치질서가 완전하게 붕괴되어 오로지 실력으로 살아 남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

먼저 국제정치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이번 공습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과 미국의 전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을 공식화할 것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선전포고없는 전쟁행위다. 어떤 국가도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이란은 미국과 공식적인 전쟁에 들어간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이 끝났다고 말했지만,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하겠다.

트럼프이 이란 공격은 지금까지의 국제정치질서와 원칙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왕도적 패권대신 패도적 패권질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왕도적 패권을 추구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이 바로 그런 측면이라고 하겠다. 물론 왕도적 패권이란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강압과 실력행사보다는 설득과 동경을 기반으로 지배체제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패도적 패권행사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고 하겠다.

현재의 미국은 패도적 패권국가의 상태로 진입했다.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를 주장하면서 설득할 생각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강압을 이용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할 것이다. 냉철하게 말하면 미국에게는 더 이상 파트너와 같은 지위의 동맹국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동맹국은 설득이 아니라 강압의 대상일 뿐인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패도적 실력행사가 과련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상황의 전개를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필자는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에 대한 도전은 더욱 강력해지고 점점 더 잦아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관찰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찰함을 통해 미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던 중국은 필요한 정보를 이란에 넘겨주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러시아 역시 중요한 정보를 이란에 알려주었을 것이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모두 매우 중요한 국가다. 이란은 러시아의 남북육로수송로의 중간지역이고 중국의 일대일로가 교차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게다가 이란은 중국의 중요 에너지 수입원이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익이 교차되는 지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주목된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이란-파키스탄을 연결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공습은 중국에게 이지역에서 매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준 것이다. 아랍국가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그로 인한 미국이 겪게 될 행동의 제한은 부가적인 요소라고 하겠다.

이란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이것으로 미국이 기대했던 목표는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내의 상황이다. 미국내에서 소위 MAGA주의자들도 트럼프의 이란 공격에 반대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생명이 좌우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사항전을 외치는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지향해야 할 중심(Center of Gravity)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란은 미국 군인과 함께 시민들도 적대적 목표라고 선언했다. 이란이 트럼프의 국내정치적 기반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이 트럼프의 정치적 지지약화를 노린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진장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습하고 공격하는 것도 미국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묘하게 현상황의 주도권은 이란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만 힘을 사용하고 나면 주도권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란은 거의 무제한적인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다. 문제는 이란이 자신이 가진 행동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이란이 미국에 대해 어떤 공세적인 행동을 하는가에 달려있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