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픈한 빅고미식당 - 양다리구이와 파히타

in PIRCOIN · 해적 코인2 months ago

1년만에 식당 재오픈을 해봤습니다 ㅎㅎ... 원래는 다른 모임에서 하려고 예약했는데 어쩌다 보니 약속 자체가 빠그라졌습니다. 인연이나 결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금 체감했네요...

그래서 약속 깨진 김에 취소할까하다가 메뉴도 다 구상하고 계획도 했는데 이왕 한거 다른 지인들을 불러보는게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인원을 다시 구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채우는 것도 마냥 편하게 된 건 아니여서 좋은 마음으로 구상 중인 모임인데 괜히 아 내가 왜 내 자원을 쓰면서 이런 고생을 해야하지...? 이런 자문도 많이 했네요. 결국 내린 결론은 한 구절처럼 선을 행하면서 낙심치 말자였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좋은 마음으로 나누고 끝내자.

준비하면서도 나름 걱정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나 친한 지인들과 달리 식사량, 입맛 등을 하나도 모르니 감이 안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색다른 음식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메뉴는 공개 안하고 혼자서 자주 접하긴 힘든 양다리구이랑 파히타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톡방에서 투표로는 알레르기나 향식료, 고기량 정도를 물었네요.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는데 다들 고기량을 가늠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다 고르니 따라 고르게 되는 등의 이슈가 생겨서 결국 그냥 제 임의대로 준비했습니다...ㅋㅋㅋ

바쁜 4월 일정 중에 대충 배송이 오래 걸리는 애들이랑 해동이 필요한 고기만 주문해 두고. 바쁜 일정이 끝난 다음날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레이더스에서 고기랑 치즈 사고 쿠팡에서 로켓프레쉬 주문하고

그리고 당일날 1시부터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네요... 굽는 시간도 줄이고 부드럽게 먹기 위해 살치살은 수비드 돌리고 양다리구이는 160도로 70분 가량 돌려야 해서 2시쯤까지 약간의 손질이랑 직접만든 소스 바르고 오븐에 넣었습니다. 두 재료가 준비 되는 동안 양상추, 토마토, 양파, 파프리카, 할라피뇨, 버섯 등 칼질만 죽어라 한 것 같습니다... 하면서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마무리 후 공유주방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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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 보다 빨리 도착했네요. 처음 와본 곳인데 리뷰에서 봤던 것처럼 가게가 아늑하고 깔끔하니 너무 좋았습니다. 식사가 주다 보니 파티룸 보다는 여기가 더 마음에 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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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퇴근 후 바로 와서 도와줄테지만 혼자서 미리 청소 후 간단한 세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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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확실히 심부온도 65도를 맞춘 양다리구이입니다. 겉에 색이 살짝 덜 나서 아쉽긴 한데 냄새도 안나고 촉촉하니 잘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지인들도 신기하면서도 맛있게 먹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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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맨 유튜브를 통해서 처음 접하고 구워본 냉동 야채 믹스입니다. 냉동야채라서 물 많이 나오고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매번 먹을 때마다 야채 단맛이 엄청 나서 너무 맛있네요. 특히 노란 당근이 들어 있어서 첨본 사람들에게 임팩트가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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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게 많다 보니 팬 세개를 올렸습니다... 어떻게든 되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멀티태스킹 한다고 하면서 막상 한개도 제대로 안한 느낌이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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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준비해서 야채 살치살 소고기민쯔 새우를 토핑으로한 파히타 한 상을 세팅했습니다. 옆에는 나초 볼이네요. 부리또 볼은 다들 익숙한 거 같은데 나초 볼은 안먹어본 거 같아서 준비해봤습니다. 양념이랑 야채가 다 섞여서 부셔진 나초랑 떠먹으면 그게 그렇게 별미인데 다들 그맛을 알게 되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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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맛이지만 디피도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디피는 역시 퍼포먼스가 있어야... 근데 그 퍼포먼스에 불이 나온다...? 잊히지 않는 맛이 됩니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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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느 정도 먹으니 맛의 변화를 줄 때가 되어서 따로 준비해간 양고기 큐브랑 오븐으로 구워 둔 야채를 같이 볶아줬습니다. 양꼬치 소스를 열심히 뿌리면서 구워주는 거라 맛이 아주 약한 마라샹궈 같은 느낌이 나는 양고기볶음이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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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양다리 남은 고기를 뼈에서 발라내고 후식으로 얼큰한 라면에 양고기와 양꼬치 소스를 열심히 뿌리면서 끓이면 양고기가 다시 촉촉하게 살아난 마라탕 비스무리한 맛이 나는 라면이 됩니다 ㅎㅎ...

이렇게 짧지만 긴 식사 시간이 끝났고 지인들이 열심히 뒷정리를 도와줘서 끝에는 편히 쉬면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자취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남은 재료랑 음식도 이것 저것 챙겨서 보내줬습니다.

다 끝나고 지인들 보내고 나와서 잠깐 앉아있으니 몇시간이 지났음에도 중요한 면접 보고 온 것 마냥 15분 지나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알게 모르게 긴장을 하긴 했나 봅니다. 준비할 때는 내가 왜 사서 고생이지 했는데. 막상 다 지나고 보니 여러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이직 준비로 힘든 친구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해서 그 하나로 충분한 가치가 있던 것 같습니다.

매번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며 암담해 지려할 때 옆에 있는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고 흘려보내려 합니다. 그러면 이게 바로 행복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집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것저것 쓴 게 많은 시간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제 안에 채운 것 같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네요.

p.s. 다 좋고 즐거웠는데... 현대인의 삼대영양소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아무것도 없어서 살짝... 아쉬운 면이... 역시 나는 형들이랑 놀 때가 제일 즐겁긴 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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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nths ago 

우린 언제 해주는곤데ㅎㅎ

 2 months ago 

올해 또 한번 날잡아봐야지! 두근두근!

 2 months ago 

무더위 시작되기 전이나 더위 가시고 하는걸 추천ㅎㅎ

이런 노력이 깃든 음식이었다니ㅋㅋㅋ
그래도 역시 모임에는 카페인/니코틴/알코올이 최고지!! ㅋㅋㅋ

근데 진짜 무슨 음식점 같다 야~ㅎㅎ
빅고미 식당 어서 정식 오픈하자ㅋㅋ

 2 months ago 

배당주 열심히 모아서 월세만 감당되면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