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남기는 이유에 대하여
"형 가기전에 이거보고가요
형 한테는 빚진거도 많고 의지한거도 많은데 뭐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첨에 형 오티때 였나 단톡에 현성이랑 얘기했던거 같은데 급박한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뛴다 존1나 뛴다 이렇게 톡하는 거 보고 피식했죠 ㅋㅋㅋㅋ
바로 페북 찾아보고 난 잘생긴 백낙영이다 할 때 아 이 형 인물이구나 했어요
원래 그런거 잘 못하는데 바로 말걸었죠 첨부터 좋은 인상이었어요
자신감에 차있는거 같고 당당한거 같고 좀 부러웠죠
막 위축되어있었는데 그때... 기억나요? 심지어 내가 먼저 카톡까지 했는데? ㅋㅋㅋ
아 존나 감상에 빠지는거 별론데 형 간다니까 진짜 슬프네요
뭔가 나한테도 확 다가온 느낌이고 막 갑자기 일년 동안이 확확 지나가네...
학기 초였나 막 우연히 만나서 치킨먹고 내방에서 재우고 같이 얘기하고 많이 배우고.
뭐 어느시점부터는 형이 좀 바빠서ㅋㅋㅋㅋ 2학기에는 형이 맘쓸일도 많았고
같이 시간 많이 못보냈지만 저번에 댓글로 형이 내 인생 맨토라 했는데 빈말이긴 했지만
100퍼 빈말은 아니에요 형보고 졸라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형처럼 사는 사람 진짜 좋아해요 이제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뭔 궁상인가 싶지만 갑자기 새벽감성에 막 씁니다.
조심해요 형 새내기 1년은 나 안거만으로 충분해요 ㅋㅋㅋㅋㅋ 형 사랑해요 조심해요 ...하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휴가 나와서 보겠죠. 먼저 고생해요 형 나도 곧."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1년동안 해당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이트 내의 블로그,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삭제한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네이버 클라우드(그 당시에는 N드라이브)에는 역시 저장해두었던 사진과 글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네이버 이 나쁜 ㅅ...
클라우드에는 사진 100장, 메모 100장만이 남아있었는데, 위의 글은 그 100개의 메모들 중 하나이다. 내가 입대하기 전날에 받은 문자니까 오늘 기준으로 약 4년전에 받은 문자이다. 지금도 내가 이 친구의 인생 멘토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나도 약간 맛이 갔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는데 지금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때로는, 내 자신감에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 나이 먹을수록 자주 그런 상황이 온다. 특히 무슨 일을 해보려면(말그대로 job을 구하려면) '내가 이 일에 제일 적합해!'라는 자신감 있는 말과 그에 뒤따르는 '왜냐하면 난 이런 저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야!'라는 근거 있는 말 둘다가 모두 필요하다. 자신감에 상응하는 근거를 찾기 위해 나는 노력해야 한다.
위의 문자를 보내 준 이 친구는 나처럼 사는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나에 대한 글을 한 편, 두 편 써내려가며 정리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