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고 영 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