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랑>
---김 정 희---
절간 마당 풀 섶에서
버마재비 한 쌍이
무아경의 내를 건너고 있구나
소리와 빛이 잠시 멎었다
풀리며 만길 적막이 걷히자
각시가 신랑의 머리통을 아작.
어느 하늘 끝에서 소리없이 천둥 터지는구나
신랑은 참선중
각시 입안에서 가슴 배 팔다리 바수어지는
저를 바라보고 있구나
새끼발가락 끝에서 바르르 떨던
나머지 생 한 터럭마저
허공으로 사라지고
붉은 입술 각시 유유히 자리를 뜨고
대적광전에서 염불소리 흘러와
참선하던 자리에 고여
한낮이 깊구나
막무가내로 깊어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