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에스컬레이터처럼 굽히지 않는 무릎이
한 번씩 차를 놓치게 만들었다
몇 번을 환승하며 돌아오는 길
빠져나가는 인파에 잡다한 생각을 딸려보낸다
비워가는 머릿속을
별도 뜨기전 불빛이 뜨는
어스름이 잠깐 세를 들었다
덜컹거리며 흘러가는 불빛이
선을 그리다 암흑속으로 사라지고
눈을 감고 남은 역을 세어본다
‘전동차 문이 닫힙니다’
자음과 모음이 짝을 이루어
올이 풀린 하루를 싣고 달린다
역을 놓치다/ 이해원
실꾸리처럼 풀려버린 퇴근 길
오늘도 졸다가 역을 놓친 아빠는
목동역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가며
헐거운 하루를 꾸벅꾸벅 박음질하고 있을까
된장찌개 두부가 한껏 부풀었다가
주저앉은 시간
텔레비전은 뉴스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핸드폰을 걸고 문자를 보내도
매듭 같은 지하철역 어느 난청지역을 통과하고 있는지
연락이 안 된다
하루의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졸음이 한 올 한 올 비집고 들어가 실타래처럼 엉켰나
기다리다 잠든 동생의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미싱 앞에 앉은 엄마
헝클어진 하루를 북에 감으며 하품을 한다
밤의 적막이 골목에서 귀를 세울 때
내 선잠 속으로
한 땀 한 땀 계단을 감고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앞에서 뚝 끊긴다
안 잤나
졸다가 김포공항까지 갔다 왔다
늘어진 아빠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your poem "역을 놓치다/ 이해원" (Missing the Station/ Lee Hae-won) is simply beautiful! The imagery of the weary commute, the missed station, and the poignant details of family life – the simmering stew, the mother at her sewing machine, the father's tired voice – resonate so deeply.
I especially love how you capture the feeling of being adrift in the city's rhythm, lost in thought amidst the crowds. The line about the "loose thread of the day" being carried on the train is particularly striking.
The accompanying photograph perfectly complements the poem's mood. Thank you for sharing this evocative piece of writing. What inspired you to write this? I'm eager to read more of your work!